최근 임기가 끝나는 과학기술계 주요 출연연 및 연구회의 차기 기관장 선임이 인선일정 연기, 잇따른 재공모 등의 파행을 보이면서 기관업무 일정의 순연 및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기관장 인선일정 차질에는 일련의 비정상적인 진행 과정 등 외부의 입김과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로 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공공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는 차기 이사장 선임이 더뎌지면서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오명 부총리는 최근 이들 연구회의 차기 이사장 후보 중 각각 두 사람을 선정해 청와대에 제청했으나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당초 예정일인 15일까지 아무런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부총리가 제청한 후보 가운데 연구회 차기 이사장이 임명될지, 제청이 기각되고 후보를 재공모하는 절차를 밟게 될지 오늘까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만약 재공모에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인선 작업을 진행할 경우 앞으로 무려 한 달 이상 연구회가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사장 추천 과정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특정 후보를 겨냥한 투서가 게재되고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후보가 정치권의 압력으로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는 불만까지 제기되는 등 기관장 인사가 최근 수년간 최대 알력 양상을 보여 현장 과학기술인들에게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로 예정됐던 한국과학문화재단 차기 이사장 선출도 한 차례 연기돼 16일 이사회 재소집을 앞두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지난 4일 임기가 만료된 최영환 이사장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결국 투표도 실시하지 못한 채 이사회를 종료한 바 있다.
과학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달 시작해야 할 사업들이 쌓여 있지만 신임 이사장이 하루 빨리 결정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조급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과학기술계 출연연 기관장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잡음이 지속될 경우 자칫 과기 출연연 전체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사고 있다.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제외한 생명연, 기초연, 천문연의 원장이 모두 올해 안에 임기를 마치게 돼 후임을 뽑아야 할 상황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역시 올 하반기 최영락 원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새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과학기술계 한 고위 인사는 “정부가 과학기술부총리 제도를 도입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친 게 엊그제인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과학기술과 관련없는 정치 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혼란을 낳고 있다”며 “과학기술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선 인사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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