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를 참관하러 갔다가 현지에서 IPTV 관련 솔루션 미들웨어를 최초로 개발했던 회사 사장과 IPTV를 준비하고 있는 현지 엔지니어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미국의 IPTV는 준비만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 시행은 언제 될지 기약이 없는 장기 대기상태로 볼 수 있다. 이유는 미국 FCC가 관련 업체에 IPTV를 쉽사리 허용할 조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10년 전 한국케이블TV가 기존의 중계유선 사업자를 놔두고 케이블TV SO 사업자를 따로 선정할 때에도 필자는 일간신문 등을 통해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하나의 방송 콘텐츠를 한 지역에서 이원화된 중계유선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가 서비스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일시적으로 가격 다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중복투자와 중복시설 등 자원의 낭비가 불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1995년 이후 각 지역에서 중계유선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가 유사한 서비스를 놓고 피눈물나게 싸웠고, 많은 국가 자원 낭비를 초래했다. 2000년이 되기 직전에 필자의 사무실이 있던 도곡동에는 초고속망을 위한 광케이블 다섯가닥이 전신주에 걸려 있었다. 물론 자유경쟁과 규제완화는 좋지만 이 얼마나 엄청난 자원의 낭비인가.
얼마 전 미국의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몇십 층의 사옥 빌딩을 짓고 있는 건설 현장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 투자의 귀재라고 하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가 선호하는 주식은 미디어 주식이라고 한다. 이들은 특히 미디어업체의 대규모 인수·합병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들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으며 지금 미국 케이블TV 주식의 잠재력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미디어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최근 방송·통신 융합정책의 여러 문제로 문화관광부나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또한 방송·통신 규제기구 통합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정통부가 IPTV 서비스를 준비중인 통신 사업자들에게 방송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채널 편성이나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한동안 루머처럼 떠돌던 정통부의 통신사업자 감싸기가 단지 루머로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야기다.
이들 통신 사업자가 방송형 서비스인 채널 편성을 통한 지상파TV 실시간 방송을 중단하고 가입자가 주문한 프로그램만 전송하는 주문형 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게 한다면 IPTV를 준비중인 KT와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이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시행 목표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
필자가 여기에서 주장하는 바는 IPTV를 방송위원회가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 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해야 하느냐 마느냐, IPTV를 언제쯤 시작할 수 있느냐 등 여러 이슈를 판단할 때 개별집단의 이익보다는 국가차원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즉 어느 것이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발전에 실익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또 필자는 엔지니어로서 볼 때 아직도 IPTV의 기술적인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점,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미들웨어가 국산화되어 있지 않은 점 그리고 인터넷방송을 대형 TV 화면으로 연결했을 때 생기는 끊김현상(디지털 패키징 통신의 단점), 상향 잡음에 의한 끊김현상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홍콩 등 아시아의 도시국가에서 IPTV를 시행중이고 잘들 하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도시국가가 아닌 지형에서의 IPTV는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한 서비스다. 끝으로 현재와 같은 방송 콘텐츠를 케이블TV의 HFC망을 통해서 보느냐, 인터넷 프로토콜을 통해서 보느냐 하는 선택을 시청자가 해야지 정부가 강제적으로 두 가지를 모두 각 가정에 공급해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구 JW시스템 대표이사 danielchung@jwsyst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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