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PTV시장을 가다](상)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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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송·통신 융합 법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에서 우리나라보다 뒤진 일본이 인터넷망를 통한 TV방송 서비스(IPTV)만큼은 우리를 훨씬 앞서간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야후BB’를 서비스중인 소프트뱅크가 지난 2003년 4월 처음으로 IPTV인 ‘BBTV’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KDDI의 ‘히카리플러스TV’, 플라라TV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BBTV는 도쿄·가나가와·치바·오사카·후쿠오카·홋카이도·교토 등 10개 지역에서 서비스중이며 올해 안에 일본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460만 야후BB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BBTV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로 우리나라를 앞질러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규제기관을 통합하고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법을 일찌감치 마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예전부터 우정성 산하에 통신정책국·방송행정국·전기통신국을 두고 방송과 통신 업무를 함께 관장해 오다 2001년 우정성이 총무성으로 통합되면서 정보통신정책국과 종합통신기반국이 방송과 통신 업무를 담당했다. 방송·통신 융합법 제정과 규제기관 통합은 뒷전이고 영역 다툼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은 2001년 총무성으로 통합하고 2002년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에 대한 새 법률인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을 제정·시행했다. 일본의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보통신부가 추진중인 통신방송융합법이나 방송위가 방송법에 추가 신설을 추진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별정방송 관련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은 통신위성이나 유선통신망을 소유한 통신사업자나 이를 임차한 사업자가 일정한 설비요건을 갖추고 총무성에 등록만 하면 방송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국내에서 ‘방송이냐, 통신이냐’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IPTV가 일본에선 이 법에 따라 2003년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일본의 IPTV와 케이블TV

 일본 정부는 2002년부터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을 시행하면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을 허용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 길을 열기 이전에 기존 방송사업자, 특히 케이블TV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겸영을 5분의 1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본은 1993년 SO의 지역사업자 요건과 서비스 구역 제한을 폐지했다. 또한 케이블TV 관련 법인 유선텔레비전방송법은 1994년 SO 허가 기준과 절차를 간소화했고, 1999년 모든 케이블TV의 외자 규제 및 외국인 임원 규제를 철폐했다.

 일본은 2002년 등록제로 IPTV 등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의 길을 열기 수년 전부터 이미 방송사업자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비교해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이 자유롭고 케이블TV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일본도 일본 내 최대 통신 인프라를 확보한 NTT에 대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ADSL과 광가입자망(FTTH)을 독점한 NTT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나 NTT동일본·NTT서일본이 직접 방송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할 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업자에게도 소수의 지분 이상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NTT는 자사의 망을 이용해 방송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망을 임대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IPTV 서비스도 직접 준비중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NTT에 대한 이 같은 규제는 IPTV를 통해 SO와의 치열한 경쟁 관계가 예상되는 KT가 최근 SO에 임대하는 선로설비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대폭 인상해 갈등을 빚는 등 통신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사업자가 경쟁사에 행할 수 있는 지배력을 미리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최대 MSO인 주피터텔레커뮤니케이션의 한 고위 관계자는 “IPTV가 미래에는 방송산업의 중요한 분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현재 케이블TV의 디지털방송 서비스가 시작돼 경쟁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로 IPTV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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