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사용사업자 `귀하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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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에 이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IPTV 등 새로운 방송매체(플랫폼)가 속속 등장하고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채널 수가 대거 늘어남에 따라 방송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방송 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위상이 방송매체 성공 여부를 좌우할 만큼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력과 함께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담보한 복수PP(MPP)와 열악한 개별PP 간 부익부빈인빅은 더욱 심각해지고,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방송 콘텐츠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지상파 방송사 계열의 MPP들은 자본과 인기 콘텐츠를 앞세워 방송매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방송매체들은 타 매체와의 경쟁을 위해 우수 콘텐츠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MSO와 MPP를 결합한 MSP로의 사업 확대를 꾀하고, 방송 진출을 노리는 거대 통신사업자들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PP 인수를 타진하거나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의 공동 사업 제휴를 모색중이다.

 ◇PP의 발자취=지난 1995년 다채널 방송매체 시대를 열었던 케이블TV 개국과 함께 탄생한 PP는 2002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개국까지 플랫폼사업자인 SO와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을’의 입장을 탈피하지 못했다.

 특히 2001년 PP 등록제 실시 이후 PP 수가 증가해 한정된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과열 경쟁으로 공멸을 좌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 등장 이후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유력 MPP의 입지가 강해져 송출 권한을 행사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됐고, 몇몇 지상파방송 계열의 MPP들은 수신료와 채널 편성을 놓고 SO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휴대이동방송매체인 위성·지상파DMB의 도입으로 방송 송출 기회가 늘어났고 향후 방송 진출이 예상되는 통신사업자와 기존 방송매체 간 긴장관계를 살피며 경쟁 우위의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매체를 선택하는 MPP=지난 2003년 국내 최대 MPP인 온미디어와 CJ미디어가 스카이라이프에 채널 공급을 중단하고 케이블TV에만 채널을 송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온미디어는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투니버스와 영화채널 수퍼액션의 채널 송출을 중단했고, CJ미디어는 영화채널 홈CJV의 채널 송출을 중단했다.

 가입자 수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에만 송출함에 따라 스카이라이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CJ미디어가 국내 최고 음악채널인 m.net과 영화채널 XTM의 스카이라이프 송출을 중단한다고 선언, 스카이라이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이 같은 결정은 타 PP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PP의 독자적인 세력화=방송매체가 다양해져 PP는 그동안 SO와의 한 지붕(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생활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PP로서는 위성방송과 IPTV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SO와 같은 입장을 더는 견지할 수 없게 됐다. 몇 년 전부터 협회 내 SO협의회와 PP협의회의 분리 주장이 촉발했고 올해 말부터는 두 협의회 분리 논리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협회 회원사가 아닌 PP들을 중심으로 PP협회가 결성, 독자적으로 방송위원회 산하 사단법인 등록을 신청했다.

 ◇MSO와 통신사업자의 PP 시장 진출 가시화=현재 MSP는 CJ(CJ케이블넷·CJ미디어·CJ홈쇼핑), 온미디어, 씨앤앰커뮤니케이션(디스커버리채널), 태광MSO(이채널), 현대백화점(HCN·현대홈쇼핑), 유진기업(드림씨티·이엠미디어) 등이다.

 최근에는 외국 유명 PP들이 국내 진출을 위해 기존 MSO들에 지분 참여를 설득중이라고 전해졌다. 통신사업자의 PP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거대 자본을 가진 통신사업자들은 일단 기존 MPP 인수를 노렸지만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MPP들이 이들의 제안을 거절해 독자적인 진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국내 유력 이동통신사업자가 지난해 온미디어에 인수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