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이재구 경제과학부장)
정부과천청사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집무실. ‘과학기술혁신(科學技術革新)’이라는 큼지막한 붓글씨를 담은 액자가 걸려있다. 오 부총리의 올해 화두도 ‘과학기술혁신’이다. 그는 “지난해는 조직을 갖추는 해에 불과했다. 이제 시스템을 정착시켜 국가기술혁신(NIS)체제를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초대 과학기술부총리가 펼쳐갈 2005년도 역점 정책을 들어 보았다.
-지난 10월 새로운 정부 행정모델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야심차게 출범했습니다. 타 부처와 민간으로부터 대거 인력을 영입해 과기혁신본부를 구성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도 하지만, 오히려 내부 이견조율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과학기술부만의 혁신본부’라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업무의 전문성·공정성·객관성을 확보해나갈 것입니다. 과기부 출신 40%, 타부처 출신 40%, 민간 전문가 20%의 비율로 구성하되 파견이 아닌 전출입 방식을 채택한 것 자체가 우리 정부 조직상의 첫 시도입니다. 초기에는 10개 이상의 부처와 기관, 민간으로부터 온 직원들끼리 다소간의 부조화가 빚어질 수도 있겠지만 상호화합을 통해 전례가 없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또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관계부처 간 협의와 조정이 처음으로 시도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같은 조정·관리 체계가 가동되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책조율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부총리께서는 그동안 과학기술계 연구성과를 하루빨리 상업화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조기 실현하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자기부상부상열차·차세대태양전지·한국형 초고속열차·해수 담수화 겸용 원자로 등이 그것입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이같은 국가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실용화 및 수출에 대해 어떤 그림을 갖고 계시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많을 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고, 여러 부처가 관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관계부처와 기관간의 협조가 원활치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자기부상열차의 예를 들면, 과기부 주도로 1997년에 기본 기술을 개발했지만 6년이 지난 2003년에야 산자부가 상용화 기술 개발에 착수했을 정도입니다. 또 해당 기술제품을 구매하는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참여도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앞으로 대형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성과를 확산시키고 신산업으로 육성하는데 매진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대상과제를 발굴하고 기술을 개발해 수출전략산업화 하기까지 전주기적으로 육성·지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기술개발 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소관 수요부처가 중심이 되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소관 부처, 관계 부처, 민간이 참여하는 ‘실용화추진단’을 구성해 세부 실용화 계획을 추진토록 하겠습니다.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전주기 관리계획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무엇입니까.
▲국가 사업의 전주기적 관리는 그간 소홀했던 ‘사업화’를 강화해 기술혁신 전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기술사업화 촉진 대책 △금융 및 세제 지원 시책 등을 입체적으로 연계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선 건전한 벤처캐피털(모험자본)을 육성하여 시장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과거의 직접적인 자금지원으로 초래됐던 문제점들을 보완·개선할 예정입니다.
또 벤처캐피털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술가치평가시스템 △기술 이전·확산시스템 등을 구축·정착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술공급자, 수요자, 지원기관, 금융기관 등을 망라한 ‘기술사업화 원탁회의’를 결성할 계획입니다.
조세분야에서도 연구개발비·인력개발비·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합니다. 연구 및 인력 개발준비금의 손금산입제도를 운영함과 동시에 중소·벤처기업 소속 연구원의 연구활동비에 대한 비과세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앞으로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조세지원제도를 계속 개선하겠습니다.
-부총리께서는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에게 ‘먹을거리 창출’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과기계 일각에서 중복 기능을 가진 정부 출연연구소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방식을 최적화하는 방안이 좋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부총리께서는 대덕방문시 주무장관으로서 “당장은 통폐합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한 바 있습니다. 정부 싱크탱크인 출연연 관리정책의 큰 그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고 38년의 역사(KIST)를 가진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1970∼80년대 고도성장과정에서 △연구 및 기술인력의 양성·배출 △산업기술의 고도화 등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지난 10월 과학기술분야 3개 연구회 및 소속 19개 출연연이 과학기술부로 이관된 것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목표와 정부 출연연의 육성·지원정책을 연계해 연구개발 성과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위적인 통폐합보다는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개혁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문분야별로 핵심기술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33% 수준인 출연연구기관 총 예산대비 기본 연구사업비 비중을 오는 2008년까지 50%로 높이겠습니다. 또 기관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연구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2004년 과학의 날(4월21일)에 시작한 과학문화확산 국민운동인 ‘사이언스코리아’는 예상보다 부진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장관님 견해와 요즘 엑스포 과학공원의 인수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국민의 과학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우수 청소년의 이공계 진학기피가 사회문제화된 우리에게는 더욱 절박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은 국민의 과학기술 마인드를 제고하고 친화적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민간 주도의 범사회적 과학문화운동입니다. 무엇보다 과학문화확산 효과가 크고 국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코리아 운동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 같다고 지적하셨는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181개 민·산·학·연 기관이 188개 과학문화사업을 추진중이죠. 또 270개 읍·면·동에 ‘생활과학교실’을, 2000개 초·중·고에 ‘청소년 과학탐구반’을 설치했습니다. 이밖에도 18개 지자체를 ‘과학문화도시’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는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엑스포 과학공원은 지난 10년간 1000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대표적인 과학문화시설입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관람객 유치노력의 미흡 등으로 매년 적자를 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됩니다. 그 해결방안의 하나로 엑스포 과학공원 측에서 한국과학문화재단에 인수를 제의했으며 현재 양측 실무진 간에 ‘엑스포 과학공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협의중인 것으로 압니다.
-2004년 과기계 화두의 하나가 ‘기술유출방지법 제정 추진’이었습니다. 특히 현장 연구원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아 2005년에도 여전히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장 연구원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아낼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 기업매각 등 그 기법도 고도화하는 추세입니다.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보·경제, 관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안에는 현장 연구원의 사기를 저하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기술교류와 협력 등을 저해할 우려도 일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여 입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핵심기술 개발자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통해 기술유출의 유혹을 줄이고, 성과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하는 등 기술유출을 사전에 예방하는 환경을 기업 스스로 조성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복제 성과는 세계적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같은 세계적인 성과를 더욱 도출하기 위한 격려와 채찍은 중요하지만 특별한 스타에게만 집중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기계에서 묵묵히 일하는 현장 연구원들의 사기진작책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양립하는 부분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말씀하신 대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뛰어난 과학자를 발굴하여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묵묵히 연구에 전념하는 일반 연구원들을 위한 사기진작책 또한 중요합니다. 성과 인센티브, 과학기술공로연금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 이공계 공직자 우대 등을 통해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높여나가겠습니다. 또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룬 우수 과학자에게 획기적으로 지원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과학기술인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경제적으로 크게 대우받는 스타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미래상을 제시할 것입니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헌정 사상 최초의 과학기술부총리’
오명(64)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에는 ‘최초’가 많다. 최초의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상용화, 국내 최초로 93년 대전세계박람회(EXPO) 유치, 최초의 한국형 고속철도 개발, 국내 최초 연구개발(R&D)특구 지정, 한국인 최초 우주인 양성 계획 추진 등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대형 국가 프로젝트와 관련 정책 입안을 주도해 온 그간의 이력 때문이다. 오 부총리가 과학기술부 장관에서 초대 과학기술부총리로 승격된 배경에는 오랜 경험에서 다져진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 각 부처 장관을 아우르는 리더쉽에 대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있었다는 것이 과기계 안팎의 평가이다. 오명 부총리는 10월 부총리 취임 이후 우리나라 미시경제를 총괄하며 과학기술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견인해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주요 경력= ▲1966년 육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1979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공자원분과 위원 ▲1981년 체신부 차관 ▲1987년 체신부 장관 ▲1989년 대통령 과학기술ㆍ교육정책자문위원 ▲1993년 교통부 장관 ▲1994년 건설교통부 장관 ▲1996년 데이콤 이사장 ▲1996년 동아일보 사장·회장 ▲2002년 아주대학교 총장 ▲2003년 과학기술부 장관 ▲2004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2005년도에 추진될 과기부 주요 과제
◇자기부상열차=과기부는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완료하고 2005년에 본격적으로 실용화하기 위한 추가 연구개발을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에서도 오는 2008년까지 총 156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한국형 고속열차=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열차가 곧 개발된다. 과기부는 현재 고속열차 개발차량의 안정성과 신뢰도 검증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광우병 내성소=지난해 황우석 교수팀이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의 기치를 올린 데 이어 올해는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의 광우병 내성소가 생산될 전망이다. 광우병 내성소 생산이 성공하면 광우병으로 수십 조원의 손실을 입은 세계 각국에 기술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해수담수화용 원자로(SMART)=SMART 실증로를 건설하고 해수담수플랜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올해 과기부 주요 과제로 잡혀있다. 이 사업에는 6년간 약 6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LPG버스=저공해 LPG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향후 6년간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소형열병합발전용 가스터빈=올해부터 5년간 약 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5MW급 열병합 발전용 소형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된다.
◇위그선(초고속해상운송선)=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초고속해상운송선 개발로 물류산업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복합 양전자 단층 촬영기= 올해부터 향후 5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복합 양전자 단층 촬영기 실용화 사업은 향후 뇌질환연구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진단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5년간 1,799억원 소요 예상
◇연료전지버스= 과기부는 올해부터 5년간 약 600억 원을 투자,150kW급 연료전지버스를 개발해 도심버스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리=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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