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벤처캐피털업체 대부분이 하반기 들어 벤처 투자를 비교적 큰 폭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은행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확보가 최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국은행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VC)산업의 지속적 침체속에 투자시정을 주도해 온 선두 업체들조차도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등 최악의 투자위축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도 10조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투자)에 따른 손실 발생 우려가 크게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은행과 벤처캐피털의 대출 및 투자의 위축이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벤처캐피털, 하반기 투자 급감=국내 선두 벤처캐피털업체들 상당수가 하반기 투자를 크게 줄였다. 국내 1·2위 벤처캐피털업체인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가 각각 상반기 1130억원(이하 잠정치)과 513억원을 투자했으나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70%가까이 준 331억원과 89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LG벤처투자·우리기술투자·한미창투·한국기술투자 역시 하반기 투자규모가 상반기에 비해 30∼80%줄어들었다.
스틱아이티투자만이 하반기 들어 410억원을 투자 상반기(290억원)에 비해 40% 이상 늘렸으며 동원창투는 상반기와 비슷한 117억원을 투자했다.
◇은행, 中企 대출 증가 역대 최소=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4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2조9000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이 은행의 기업대출 통계를 작성한 지난 1999년 이래 가장 부진한 것이다.
◇대출·투자 왜 부진한가= 은행의 경우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여신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대출을 축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축소 역시 경기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도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자금회수에 대한 부담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이사는 “코스닥 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투자를 해도 회수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정부가 신벤처정책 등을 통해 코스닥을 살려야 다시 투자가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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