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등장하는 화두를 든다면 ‘하이브리드(hybrid)’를 빼놓을 수 없다.
‘잡종’ ‘이종교배’의 다소 저급하고 속된 뜻으로 해석됐던 하이브리드는 글로벌 시대 도래와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의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고기술과 고감각이 결합된 개념(hightech+ hightouch)으로 변화했다.
기술적 요소가 강조됐던 70년대 산업화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하이브리드 도래는 산업,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것이 아닌 기술과 감성이 부합되고 그 결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객체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본보기로 지난 98년 일본에서 출시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들 수 있다. 이 자동차는 무형의 하이브리드를 양산,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 동력을 만들어내는 연료를 가솔린과 물, 가솔린과 전기, 전기와 물 등 서로 다른 두 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차로써 2개의 동력원을 이용해 구동된다는 점에서 기술의 혁신이자 기존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사건으로 분석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시작으로 각 산업 분야에서 하이브리드 개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향을 보이며, 채권이긴 하지만 기업 파산시 채권보다 늦게 변제 대상이 되는 하이브리드 채권, 클래식과 팝이 접목된 크로스 오버 뮤직 형태인 팝페라, 휴대폰이면서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가진 디카폰 등 마케팅 분야에서도 하이브리드 기법이 적극 도입됐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출시된 ‘클릭’ 또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연비를 개선함과 동시에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자동차라는 점은 단지 기술적인 부분에만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하이브리드의 실체 또한 드러나야 할 시기다. 유형의 산물인 하이브리드 패러다임은 IT업계에서 어떠한 분야보다도 먼저 돋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IT업계의 급성장과 막강한 네티즌의 영향력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래와 근거를 찾기 힘들지만 부작용 또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릇된 정보의 범람, 사행성과 선정성 등은 IT 활성화의 부유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한 폐해를 뛰어넘기 위해 대중적, 감성적 코드와 기술적 혁신이 결합된 무형의 하이브리드를 유형으로 재생산해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적이면서 고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정제된 콘텐츠의 확립이 절실하다. 즉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 개발은 물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 간 하이브리화가 실현돼야 한다.
패러다임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해야 하는 근거는 대중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경제안정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 경제가 10여년의 장기불황을 이겨내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기업이 불황기에도 기술개발(R&D)에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제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사실과 하이브리드는 결코 개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의 기술경쟁력 진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확고한 협력체제 결속이 필요하며, 이것이 진정한 기업 간 하이브리드화를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패러다임을 적용시켜야 하며, 정치적인 하이브리드도 난관에 봉착한 경제문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제적으로도 대외 국가신인도 상승과 다소 미흡한 외교문제의 청사진 역할을 당당히 해낼 것이다.
<노종섭 인포웹 사장 jsno@infowe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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