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메일이 쌓이는 이유

최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법이 많이 다양해졌다. 유선전화, 휴대폰 전화, e메일, 메신저, 휴대폰 문자 메시지, 블로그, 미니 홈피 등등. 인터넷의 e메일만 잘 사용해도 신세대에 속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 학생은 이 신기의 e메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전화해 주세요….” 이런 메시지를 음성으로 휴대폰에 남기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아서 녹음 기능을 없앤 휴대폰도 출시되고 있다.

 나는 학생들과 주로 e메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점점 학생들의 응답이 느리고, 대답에 성의가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학생들의 대답은 이제 e메일을 안 쓰고 다른 매체로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다. e메일과 메신저의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보다 더 어린 학생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중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즐겨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우선순위에 따라 3개만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중학생들은 버디버디나 세이클럽과 같은 일인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서로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 다음은 다모임과 같은 커뮤니티, 휴대폰문자메시지, e메일, MS 메신저의 순이었다. 과거의 의사전달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던 유선음성전화는 최하위 수준으로 밀려났고, 휴대폰의 음성전화 이용률도 문자 메시지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e메일은 하위순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대학생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그들은 버디버디나 세이클럽이 아닌 싸이월드를 많이 애용하고 있었다.

 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연령층별로 애용하는 서비스가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10대들은 가입자 1000만명이 넘는다는 싸이월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채팅이나 다른 인터넷 서비스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같은 연령대가 활동하느냐를 삼았다. 같은 또래들이 들어와 놀아야 그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 학생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에서는 또래 문화를 지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그러나 20대 이후의 연령층은 같은 취미나 관심 있는 정보를 다루느냐가 인터넷 서비스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는 것 같다.

 또 특이한 점은 더는 e메일을 의사소통의 주요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생의 경우도 e메일을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 학생들이 4분의 1에 이른다. 그러나 e메일을 안 본다고 하여 인터넷에서 의사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대체 매체로 옮겨 간 것이다. 이들은 e메일은 열어보지 않아도, 홈피나 불로그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서 친구들의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한때 IT 리터러시 정도의 기준으로 몇 개의 e메일 주소를 사용하느냐, 얼마나 자주 e메일을 쓰느냐, 하루에 몇 통의 메시지를 받느냐 등을 물었는데 이제는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게 됐다.

 이 학생들은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소식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인 e메일을 왜 사용하지 않고 다른 매체로 간 것일까. 학생들은 스팸메일로 인해 필요한 e메일을 골라내는 일에 지쳤고, 꼭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e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등하교길에, 사무실이 별도로 없는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이 필요했다.

 이동성이 중요시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휴대폰을 통한 e메일 서비스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비싸서란다. 그림이나 글을 잘 정리해 쉽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기능도 e메일에서는 부족하다. 비주얼 정보를 보고 자라는 신세대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e메일에 정기적으로 접하게 되지 못하자, 응답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 기다림을 참을 수 없게 된 사용자들은 즉각성이 없는 e메일의 사용을 줄이고, 그 빈자리를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로 메우게 됐다.

 멀티미디어 정보의 교환은 미니 홈피로 대체하게 된다. 우리는 신세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신세대들이 활동하는 사이버 공간의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가. 당신은 아직도 싸이질을 모르고 있나.

<이옥화 충북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ohle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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