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만난 장비업계 고민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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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12월 장비 특수’에 큰 기대감을 표명하면서도 밀려드는 수주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더욱이 최근 대만 LCD업체들이 내년 투자 취소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이번 특수가 향후 1∼2년 내 가장 큰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론이기 때문에 수주에 사력을 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일제히 차세대 투자 발주를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12월 말 탕정의 LCD 라인인 7-2 라인의 발주가 시작되며, LG필립스LCD도 11월 말 파주 7세대 라인에 대한 장비 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내년 중국에 300㎜ 웨이퍼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하이닉스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장비 발주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발주된 물량은 1∼2개월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두 내년 6월에서 9월 사이에 납기가 몰리게 된다. 이렇게 빅3의 장비 발주 시점이 거의 같은 시기에 몰리자 수요업체는 수요업체대로 장비 수급으로, 장비업체는 생산 능력 한계로 영업 대상을 한정지어야 하는 등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장비업계의 1차적 고민은 과연 이 물량을 다 소화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 만약 납기를 못 맞추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부 장비업체는 공장 증설 또는 생산라인 확장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그리 녹록지는 않다. 업체에 따라서는 수도권공장총량제에 묶이기도 하고, 지금 증설을 추진한다고 해도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2차적인 고민은 LCD를 중심으로 내년 패널업체들의 투자 감소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공장증설 투자가 현명한 선택이냐는 점. 특히 대만 LCD업체들의 내년 하반기 투자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된 상태여서 미래 수주가 너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장비업체 대부분이 이번 수주에서 충분히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내년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을 확보할 경우 페널티를 지불하거나 기업 신뢰성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12월 특수’를 향후 1∼2년 내에는 다시 오지 않을 가장 큰 수발주 시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장비업계는 내심 삼성전자 탕정 7-2 라인의 장비 납기가 내년 9월 이후로 연기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삼성의 지금까지 투자 성향상 한층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6월로 반입이 예정된 LG필립스LCD 7세대 라인과 시기가 완전히 일치할 수도 있다.

 장비업계 한 CEO는 “현재로서는 납기에 최소한 2개월 이상의 간격이 있기를 기대하고, 만약에 대비해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지켜볼 뿐”이라며 “특히 삼성·LG필립스LCD·하이닉스 모두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심리적 부담은 한층 크다”고 말했다.

  심규호·유형준기자@전자신문, khsim·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