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우량 기업의 잇따른 등록취소와 신규 등록기업 수 급감으로 인해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코스닥시장은 올해 연간 신규 등록기업 수가 50개를 밑돌 것으로 보여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올 초 KTF가 거래소로 이전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시가총액 1위와 5위 기업인 옥션, 다음이 각각 상장폐지 및 거래소 이전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전체 시가총액도 20% 가까이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 IT벤처기업의 젖줄 역할을 해 온 코스닥은 올 연말 거래소·선물시장과의 통합 이후에는 기존 자금조달 기능은 고사하고 시장의 존립 목적 자체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신규 등록 급감=신규 등록 기업 수는 지난 2000년 190개를 정점으로 2001년 178개, 2002년에는 157개로 줄어들다가 지난 2003년에는 75개로 급감했다. 올해는 3일 현재 37개 기업만이 신규 등록, 연내 50개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우량 기업들은 대부분 등록을 마친 점 △IT경기 부진에 따른 코스닥 침체로 등록 메리트가 낮아진 점 △코스닥 등록기준 강화 △중소 장외 벤처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좋지않은 점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그동안 IT열풍이 불면서 너무 많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들어왔다”고 전제, “하지만 올 들어 IT경기가 나빠진 동시에 등록 기준은 강화된 점이 신규 등록 감소 현상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탈 코스닥’ 가속=신규 등록은 줄어드는 반면 코스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우량 기업들은 속속 코스닥을 떠나고 있다. 지난 4월 KTF가 거래소로 이전한 데 이어 현 코스닥 시가총액 1위주 옥션은 상장폐지를, ‘닷컴신화’의 주인공 다음은 거래소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하나투어를 비롯한 몇몇 기업들도 ‘탈 코스닥’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증권 김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신규 등록 기업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기존 등록 기업들의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도 “코스닥의 문제는 벤처 창업 초기 무분별한 등록으로 도덕성 검증이 안된 기업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라며 “코스닥 시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독과 ‘옥석 가리기’로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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