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30분쯤 가면 노화도가 나온다. 행정구역상 완도군 노화읍인 이 섬은 2000여 가구에 5100여명의 주민들이 살 정도로 제법 크다. 섬에 발을 들여놓으면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대형 철탑이 눈에 들어온다. KT 완도지점 노화 중계소다. 20㎞ 떨어진 완도에서 무선으로 전달된 전파를 유선으로 공급하는 이 곳에는 장홍기 소장(49)과 직원 김승현(41)·최현철(32)씨 등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 말 그대로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는 ‘통신지기 3인방’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인데도 작업복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들은 하루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노화도를 비롯해 인근 넙도와 대제원도·대장구도 등 18개 크고 작은 섬의 통신시설 유지· 보수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고객 대응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장흥에 사는 가족과 9개월째 떨어져 산다는 장소장은 “전 가구에 전화가 보급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보급률도 40%를 넘기 때문에 연휴기간에 단 하루도 섬을 비울 수 없다”고 말했다.
거문도·청산도에 이어 노화도까지 올해로 8년째 섬 근무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아직까지 태풍으로 인한 대형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면서도 “기상이 악화돼 육지로 오가는 선박이 묶일 경우 통신의 중요성이 커지는 섬 특성상 24시간 초긴장상태로 대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흥에서 근무하다 이달 초 발령받아 처음 섬 생활한다는 최씨도 “아직 많은 것이 서툴지만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명에서 3명이 근무인원이 줄어든데다 투자대비 이익이 나지 않아 자칫 정보화 소외 지역으로 남기 쉬운 곳이 섬이다. 하지만 노화도에는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당번’들이 있기에 이번 추석명절에도 ‘통신 이상무’다.
완도=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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