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12)"러시아 겨울의 강추위"

세계사를 들춰보면 징기스칸, 나폴레옹, 히틀러 등 세계정복을 꿈꾸던 위정자들이 하나같이 러시아라는 장벽 앞에서 무너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러시아군과의 싸움보다도 ‘추위’라는 자연과의 싸움이 더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 겨울의 강추위는 유명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징기스칸과 히틀러는 강추위 때문에 패배했지만 나폴레옹은 오히려 날씨가 춥지 않아서 패배했다는 점이다.

즉, 강추위를 예상했던 날씨가 의외로 따뜻했고, 땅이 얼지 않아 바퀴가 진흙에 빠져 대포 이동에 큰 곤란을 겪었고, 강이 얼지 않아 건너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세기의 영웅 나폴레옹이 상황을 너무 확신한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자초한 셈이다.

포커게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실력이 늘어 갈수록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게 되고, 결국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가 한두 판에 대세를 그르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펼쳐진 패를 보며 “저기서 나올게 뭐가 있어?”라는 식의 위험한 결론을 내린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초급 수준을 벗어나 중급에 들어선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포커를 잘 모를 때는 조심조심하다가, 조금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급 수준의 시기에 잘못 버릇을 들이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자기 나름의 고집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유명한 운동선수 출신인 S씨가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 인물이다. 처음 포커를 배웠을 때는 전혀 무리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잘 운영하며 실력이 금방 향상됐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S씨의 성적이 곤두박칠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옆에서 아무리 충고를 해도 그 스타일을 고치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S씨는 실력이 조금 늘면서 자신감이 붙자 속칭 ‘멋을 부리는’ 플레이를 일삼았고 결국, 포커게임에서 항상 패배하는 멤버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전에 필자가 ‘포커, 알면 이길 수 있다’ 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유명 프로기사인 K씨는 “그 책을 보고나니 돈을 더 잃더라”며 필자에게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물론 K씨는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말만은 아니었다. K씨의 그 말도 바로 지금 것 필자가 얘기했던 부분과 상당부분 맥을 같이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에 있는 이론은 기본적인 상황에서의 대응법만을 제시한 것이다. 실전 게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 변수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은 기본 이론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K씨는 책에 있는 이론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이렇게 하면 되는 모양이구나”라며 무조건적으로 따라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조금 알다보니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그런 경우였다.

지금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독자 여러분들은 항상 자신의 조그만 지식을 과신해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펀넷 고문 leepro@7pok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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