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과학관을 만들자](2)볼거리 없는 과학관

국립서울과학관은 지난 2002년 개관이래 최초로 연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1972년에 개관한 국립서울과학관은 26년 만인 1998년에 총관람객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01년 개관이래 처음으로 연 관람객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서울과학관이 2002년 연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기획전시인 ‘인체의 신비전’ 때문이었다.

 낙후된 시설과 시대에 뒤떨어진 전시물로 인해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서울과학관. 그러나 이 행사기간 중에는 인체의 신비전을 보려는 사람들로 과학관 입구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길게 줄이 이어지는 진품경이 연출됐다.

 ◇볼거리가 없다=사람들로부터 소외돼 왔던 서울과학관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것은 인체의 신비라는 볼 만한 콘텐츠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관 현황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전시물의 노후화로 인한 보수·교체’가 과학관 개선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전체 숫자도 부족한 과학관에 제대로 된 콘텐츠조차 없다는 얘기다.

 20세기 들어 전세계 과학관은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다양한 개념적 변화를 거쳤다. 과학관들은 처음엔 특이하고 기이한 것들을 모아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눈으로 보는 과학(Eyes-On)’을 시도했다. 20세기 중반부터 과학관은 그저 눈으로 바라보는 수동적인 전시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바로 ‘체험하는 과학(Hand-On)’ 전시를 시작했다.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작동해 보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과학관들은 체험하는 과학 전시물은 고사하고 전시자료도 빈약해 현재 국내 최대의 과학관인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이 80여 만점의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는 정도다.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의 5000만점,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2700만점에 비할 수 없다.

 ◇전시기획 능력 부재=인체의 신비전은 국내 과학관에 큰 교훈을 던져 주었다. 바로 전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내 과학관에 전시물을 제작업체는 150여 개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 영세해 전시 연구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스미소니언 과학박물관이나 영국의 과학관 등 유수 기관들은 오랜 세월동안 축적한,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역사적 자료와 매력적인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들 소장품을 이용해서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한다. 동시에 고객감동을 목표로 다양한 테마의 기획전시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최경희 이화여대 교수는 “국내 과학관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역적인 불균형과 전시물의 낙후, 정보화의 후진성”이라고 지적하고 “시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높여 건전한 과학문화를 형성하는 과학관 건설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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