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스가 산호세 시측이 새 청사에 800만 달러 규모의 기술 장비 설치 계획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네트워킹 거대기업의 정교한 전략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 전략이란 바로 추가 계약으로 이어질 정부 프로젝트 기획 단계 초기부터 참여하는 것.
시스코는 새크라멘토에서 스톡홀름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부 기관에 무료 컨설팅, 시스코 캠퍼스 방문 견학, 기술 계획을 승인 받는 요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어떤 경우엔 시스코의 이 같은 지원이 단순히 호의적인 분위기만 조성하는 것으로 끝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 정부 관리를 설득해 시스코에게 유리한 조건을 규정하도록 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산호세 시청 공무원들을 문제에 빠뜨리게 했던 ‘친밀한 관계’인 것이다.
시스코의 이 같은 사업 전술은 대기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가 선량한 기업이라는 인상과 함께 업계 선두기업로서의 역할 때문인지 다른 회사의 유사 전략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
시스코의 경쟁사들은 그러나 시스코가 높은 위상과 정치력을 ‘부당하게’ 사용해 기술 사업 기획 과정에 미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들은 그 결과 다른 업체들이 원천 봉쇄되고 정부가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을 그런 기술에 지나치게 예산을 많이 쓰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회사 메타 그룹의 데이빗 윌리스 분석가는 “시스코는 이 분야에서 요령이 있다”며 “당신 같으면 1등 회사와 6등 회사 중 어느 회사의 자문을 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하지만 어떤 구매자든 무료 자문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호세시 감사실은 현재 건설 중인 청사에 기술 시설을 설치하려는 800만 달러 프로젝트에 대해 시스코가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최근 결론내렸다. 감사 결과 시스코의 한 판매원과 한 엔지니어가 이 프로젝트의 기획 초기 단계에서 자문을 제공해 시청 공무원들이 무려 1만8000개의 시스코 부품에 관한 사양을 적시한 입찰 요건을 확정하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스코 직원들은 기업 e메일이나 시청 감사와의 면접을 통해 처음엔 새 청사 기술 계획 전면 개입설을 부인했으나 이 회사 변호인들은 나중에 그 같은 전면 개입 부인을 정정했다. 시청 감사관들은 산호세 공무원들이 기술 계획을 수립해 입찰에 부치는 과정에서 시스코에 의존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청 최고 기술 담담관 2명이 이 문제와 관련해 사임했으며 시의회는 기술 계약 재입찰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그 결과 3억88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책정됐던 이 사업의 비용이 불어날 전망이다.
감사관들은 시스코가 부적절하게 행동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으나 제랄드 실바 시 감사관은 “만약 내 의견을 묻는다면 기업의 관점에서 장비를 팔아야 하는 시스코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대답하겠다. 시스코가 잘못한 것은 감사실이나 시 법무실에 대해 처음부터 정직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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