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분석가들은 지난 7월말 마감한 휴렛팩커드(HP)의 3분기 저조한 순익을 보고 이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심각한 구조적 결함 때문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답변이 몇 분기 이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답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간에 HP가 컴팩 합병 2년 후 어떤 회사가 됐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본사를 둔 HP가 칼리 피오리나<사진> 최고경영자 (CEO)의 약속대로 합병으로 더 강해졌는지,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우상과 같은 이 회사가 컴팩 합병 비판자들의 경고대로 굼뜨고 서투른 대기업으로 변모했는지 모두의 관심사다.
분석가들은 HP가 유통과 새 납품 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경영 문제 때문에 최근 실적이 목표에 미달했다는 칼리 피오리나 CEO의 진단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조사회사 가트너의 마틴 레이놀즈 분석가는 HP가 지난 분기에 주문을 미숙하게 처리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실책이 HP 정도의 큰 회사로서는 ‘가히 놀랄만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많은 사람들은 HP의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HP는 분석가들의 우려대로 최근 들어서야 자사의 문제들을 인지했던 것처럼 보인다. HP 경영진은 당초 예상보다 1주일 앞서 순익을 발표했으며 피오리나 CEO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3명의 고위 중역을 전격 해고했다.
엔덜리 그룹의 분석가 롭 엔덜리는 “만약 내가 HP 경영진이라면 앞으로 두달 동안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겠다”며 “HP는 스스로 더 이상 놀라지 않도록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HP의 저조한 실적을 보고 불가피하게 컴팩 합병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순익 저조 보고 이전까지만해도 주요 재무목표를 대체로 달성, 투자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HP가 1만 7000명 대량 해고 등 주로 비용 절감을 통해 이제까지 재무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관심의 초점은 HP가 수입을 급속히 늘려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피오리나 CEO는 컴팩 합병 찬반 공방이 치열할 때 “지금이 경기 하강기이기 때문에 합병하기 가장 좋다”거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 상황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담금질해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하지만 HP의 최근 기록은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해 있다. 분석가들의 예상대로 HP는 올 1 분기에 레이저 프린터 시장의 50% 정도, 잉크젯 시장의 42% 정도를 점유하면서 프린터 분야에서 1위를 지켰다. 이는 HP가 델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프린터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실적이기에 더욱 빛이 났다.
그러나 HP가 가장 심각한 도전을 받는 분야는 기업 영역이다.
정보기술 서비스 분야에서 HP는 스스로 ‘IBM의 대안’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IBM, 후지쯔, EDS 등에 뒤지고 있다. 수익성 높은 서버 시장의 경우 HP는 고가 부문에서 IBM과, 저가 부문에서 델과 각각 치열한 공방을 치르고 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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