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가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몇몇 업체는 공식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또 자금 여유가 있는 업체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최근 1년동안 대부분의 코스닥 등록기업이 쓰라린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지만 보안업계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최근 1년 동안 코스닥 지수는 2003년 9월 2일 508.70으로 정점을 이뤘고 올 8월 4일 324.71로 바닥을 쳤다. 약 35% 정도 하락한 수치다.
보안업계의 주가 하락은 더욱 심하다. 주요 코스닥 등록 보안업체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최고가에 비해 현재 절반 이하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울림정보기술이나 인젠, 하우리 등은 최고가의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이 가장 심한 시큐어소프트의 경우 10분의 1이 됐다. 그나마 안철수연구소나 이니텍만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잠정 집계 결과 매출은 작년에 비해 상당수의 보안업체가 높아졌다. 작년 상반기 119억원과 106억원의 매출을 낸 안철수연구소과 퓨쳐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각각 130억원과 140억원 내외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포럼도 72억원에서 90억원으로 높아졌다.
이에 대해 모 보안업체의 IR 담당자는 “이미 보안업계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소폭의 실적 개선으로는 주가 부양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인수합병 등을 통한 시장 개편이 이뤄지거나 뚜렷한 해외 수출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능한 조치는 다 한다=이처럼 주가 부양의 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서 보안업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카드는 매각이다. 하우리는 공개적으로 회사 매각을 선언하고 여러 업체와 조건에 대해 협의 중이다. 어울림정보기술도 공식적인 매각은 아니지만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권이 번역 소프트웨어 업체인 창신소프트로 넘어갔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매각은 사업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한 조치”라며 “매각으로 들어온 자금을 해외 사업에 투자하면 소기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금 여유가 있는 보안업체는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자사주 매입에 48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 가운데 22억원 어치는 소각했고 나머지는 보유하고 있다.
안철수 사장은 최근 자사의 주가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으며 마음 같아서는 여유 자금을 이용한 자사주 매입으로 코스닥 등록을 취소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퓨쳐시스템과 이니텍 등도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도 서슴치 않고 있다. 보안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3개 보안업체는 합병은 아니지만 공동 영업과 이익 분배를 전제로 하는 협력을 꾀하고 있다. 서로 경쟁하지 않는 분야의 업체끼리 상호 제품 판매를 도와주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같은 분야의 업체가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보안업계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다양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특단의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보안업계 전체의 사활이 걸려 있으며 시장 재편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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