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불황의 늪`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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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료 음악서비스가 활기를 띄면서 세계 음반업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주요 외신과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최근 세계 음반업계는 4년간의 긴 불황의 늪을 벗어나 음반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들어 미국 음반시장은 음반판매량이 7%, 영국의 경우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01년 이후 세계 음반시장이 20%나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실로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제이슨 버먼 회장은 “아직 불법복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음반판매의 하락세가 둔화되고 미국시장의 경우 분명한 성장세로 돌아섰다”면서 음반시장의 하향곡선이 바닥을 쳤다고 선언했다.

회복세의 가장 큰 배경은 세계적으로 불법 음반유통과 음악파일 무단복제에 대한 단속활동이 크게 강화되고 합법적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애플의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 음반업계를 되살린 일등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중순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1주만에 45만곡, 미국의 경우 현재까지 7000만곡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곡당 99센트의 다운로드 비용을 감안하면 줄잡아 8000만달러의 순익을 거둔 셈이다.애플의 성공은 지난 수년간 음악 다운서비스와 전쟁을 펼쳐온 음반사들의 태도를 극적으로 바꿔놓았고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OD2와 냅스터, 버진그룹, 뮤닉넷, AOL 등 애플의 경쟁사들은 역설적으로 아이튠스의 성공에 수혜를 입고 있다.

소니는 ‘커넥트’라는 자체 온라인 음악서비스로 아이튠스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독일계 이통사 T-모바일은 지난주 휴대폰기반 음악다운 서비스 ‘이어폰스’를 선보였다.영국에선 방송횟수,음반 판매량에 이어 다운로드 음악차트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가 음반업계에 돌파구를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음반업계의 주력 수익모델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동원해도 미국의 온라인 음반시장은 오는 2007년 20억달러, 유럽은 16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다.이 정도로는 연간 300억달러가 넘는 세계 음반산업 전체의 수익모델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과 연계한 해적판 CD가 기승을 부리며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복제가능한 음악파일수는 아직도 8억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유니버설, BMG, 소니, EMI, 워너뮤직 등 음반업계 빅 5는 온라인 음반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상호 인수합병을 통한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소니 뮤직과 베텔스만 뮤직그룹(BMG)은 다음달 50대 50으로 투자하는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당초 양사의 합병계획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위기에 처한 음반업계가 살아날 길은 인수합병 뿐이라는 현실론에 밀리고 말았다.소니와 BMG의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현재 음반시장 1위인 유니버설 뮤직그룹을 제치게 된다. 이에 맞서 선두 유니버설과 EMI 사이에 합병논의가 진지하게 검토 중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메이저 업체간의 인수합병이 진행될 경우 음반업계는 장기적으로 수십억달러의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기존 CD유통체계가 대폭 축소되고 메이저 업체의 음반시장 장악력이 비대해지면서 마이너 레이블은 살아남기도 힘든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메이저 음반업체의 관계자는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확산은 음반업계에 더없이 다행이지만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자체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애플, AOL 등이 온라인 음반유통에만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IT업체들이 아티스트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제조에 나설 경우 기존 음반업계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그는 반문했다.

 세계 음반업계는 지금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확산에 기대를 걸면서도 지난 100년간의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고민 때문에 속내가 편치 못한 상황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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