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외 구분 없는 유선전화 전국 단일요금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한때 정보통신부가 정책검토 사안으로 연구용역까지 의뢰했다가 갑자기 중단돼버린 유선전화 전국 단일요금제 논의가 최근 유선사업자 진영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KT의 독점시장인 시내전화 요금만 올려주는 셈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던 후발 사업자들의 반발은 물론, 시내·시외·국제 등 전통적인 유선시장의 역무제도까지 뜯어 고쳐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라 당시로선 현실성이 극히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유선시장이 뒷걸음질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하나로통신·데이콤 등 후발 사업자들이 시내전화에 공격적으로 진입하는 데다, 애당초 시내외 역무구분이 의미없는 인터넷전화(VoIP)도 곧 본격 상용화를 앞두면서 유선전화 전국 단일요금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배경=유선전화 전국단일요금제는 한마디로 현재 이동전화와 마찬가지로 거리 구분 없는 요금체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교환기 등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할 때 굳이 유선전화에만 거리제한을 둘 이유가 없고, 장기적으로 유무선 통합번호체계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난해까지 결사반대 입장이 분명했던 데이콤·하나로통신 등 후발 유선사업자들이 올 하반기부터 시내전화 시장에 진입할 채비인데다, VoIP도 본격적인 확산을 앞뒀기 때문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기상조이나 유선시장의 전반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선후발 사업자 모두가 공생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혀 현실 불가능한 논의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여기에다 시내전화 시장 95% 이상을 점유한 KT로선 내년 이후 시내전화 요금인상을 염두에 두고, 단일요금제가 받아들여질지 여론을 탐색중이다.
◇왜 갑자기 중단됐나=정통부는 지난해 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전국 단일요금제 구현을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했다가 7월께 갑자기 중단한 바 있다. 당초 국민편익과 정보통신 기술발전 추세를 반영해 단일요금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취지였지만, 검토과정에서 △사업자간 형평성 △법제도(역무 포함) 정비 △유선전화 요금제 개편 등 숱한 걸림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말 KT의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도(LLU) 등 유선시장 비대칭규제 정책이 나오면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로선 정통부가 신중한 시장상황·역무개선 등 포괄적인 사전검토 없이 성급히 접근했다가, 뒤늦게 사안의 파급력을 깨닫고 슬그머니 중단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망=유선전화 전국단일요금제가 당장 올 하반기에 정책검토 대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기존 역무체계와 요금제 전반을 모조리 손봐야 하는 방대한 정책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올 하반기의 경우 후발사업자들의 시내전화·VoIP 시장 본격 진입이 예정된데다, 정통부 내에서도 연말까지 통신시장의 역무·요금 등 관련 법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어서 최소한의 논의 분위기는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KT가 지난해 7월 종전 3단계 시외전화요금 분류체계를 2개의 광역체계로 정비한 것은 내년 이후 전국 단일요금제 도입을 위한 과도기적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각종 물가상승 요인을 비롯해 가뜩이나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전국 단일요금제는 시기상조”라고 물러섰고, 정통부 관계자도 “건의가 들어오면 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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