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아·태 EC사업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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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지난 3년간 유일하게 사업화에 성공한 전자상거래 사업의 추가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내년도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한 이 조치에 따라 해외사업을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정통부 주도로 사업에 착수해 올해 마감하는 ‘APEC 아·태 글로벌 B2B연계 시범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진행키로 한 ‘전자서명기반 국제 전자거래 인프라구축 시범사업’ 확대 추진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그래프 참조> <본지 5월 10일 19면 참조>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지난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아·태지역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주도해 왔던 우리나라의 주도권 상실은 물론 어렵게 확보한 국제 협력 네트워크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시범사업은 실거래 위주로 추진되는 등 국제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는 드물게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결정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e마켓플레이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대만과의 거래에 이어 올 들어 중국과 구체적 B2B거래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었으나 이번 정통부의 사업 지원 중단결정으로 차질이 예상된다”며 “지난 3년간 투자한 비용과 노하우가 사장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왜 중단됐나=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내년도 예산 확보에 나선 정통부가 신규사업 투자에 집중키 위해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의 배정을 삭감한 것.

 정통부 백기훈 정보화기획실 과장은 “애초 시범사업은 시행 3년째인 올해로 마감키로 계획된 것”이라며 “시범사업으로 사업 촉발 등의 효과를 충분히 거둔 것으로 판단됐으며 이를 또 다른 시범사업으로 연계하기에는 예산 확보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정통부의 추진 의지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통부는 올해 초 연계 시범사업을 내년에 공개키기반구조(PKI)기반의 국제 전자거래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사업계획까지 마련했으나 예산처의 반대에 부딪히자 중단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정통부의 유일한 국제간 전자상거래 사업이 사라지게 됐으며 업계는 그동안의 투자와 이에 따른 성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추가 지원 아쉽다=업계가 정통부의 이번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범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이달 들어 중국 등과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계 시범사업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와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주요 5개국의 7개 마켓플레이스가 참여해 약 1100만달러의 실거래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에서 개최된 연계 시범사업 관련 워킹그룹 회의에서 철강 e마켓플레이스 업체인 이상네트웍스는 중국 광저우강철공사, 사오관강철공사 등과 상호 협력 제휴를 체결했고 내년에 마켓플레이스간 협력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성과를 얻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신용보증기금 등도 함께 참여해 중국 측과 보안인증, 전자서명 등을 도입한 전자거래를 추진키로 합의하는 등 당초 정통부가 예정했던 전자서명기반 시범사업과 연계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정통부의 결정은 급진전되던 중국과의 사업 논의에 차질을 가져오게 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는 “중국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내년도 협력과 관련한 협상이 순조로웠으나 정통부의 지원이 중단될 경우 진척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별도의 지원 확보를 위해 지역자치제와 협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계 시범사업의 참여업체들은 이번 주 중에 정통부 중단 결정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올해까지 추진되는 시범사업은 실거래 중심으로 진행돼 온라인을 통한 주문까지 이뤄지게 된다. 애초 정통부가 추진키로 한 내년도 사업은 기존 사업을 확대해 보안인증과 신용보증 등의 기능을 추가, 완전한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완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단 결정으로 향후 중국 등과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업이 주문만 온라인으로 받고 나머지 신용장(LC) 개설 등은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반쪽짜리 전자거래에 그치게 될 전망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