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중·고교 컴퓨터 교과서 실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고등학교 15종 컴퓨터 교과서 현황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보사회에서 1년이면 모든 게 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전만 해도 컬러폰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카메라폰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사고 나서 2년 정도 지나면 구식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의 시간은 멈춰 있다.

 ◇컴퓨터 교과서는 골동품=현행 중고등학교의 컴퓨터 교과서는 발행된 지 3년이 넘은 경우도 있다. 그나마 최신 교과서도 1년 9개월 전에 나왔다. 당연히 내용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1500만 가구에 육박하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전화접속 PC통신이 버젓이 교과서에 자리를 잡고 있다. 콤보드라이브는 고사하고 DVD에 관한 내용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다루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판매하지 않는 단종 제품이다.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아래아한글97과 윈도98은 이미 4년 전과 2년 전에 단종됐다. 그나마 신제품이라는 한글워디안과 윈도Me 역시 2001년 10월과 2003년 12월에 판매가 중지됐다.

 지나치게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도 문제다. 일부 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에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포토샵이나 플래시, 프리미어 등 외국 소프트웨어 활용법이 나와 있다.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반면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는 정보화 역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해킹이나 바이러스, 불법복제, 개인정보 유출 등에 관한 설명은 고작 1∼2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나마 영진닷컴의 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가 6페이지로 가장 많은 정도다.

 ◇주기적인 업그레이드가 대안=결국 현행 중고등학교의 컴퓨터 교과서는 한마디로 무용지물이다. 명색이 교과서지만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는 애물단지다. 컴퓨터 교과서가 한 권에 약 2000원이니 전국 중고등학생을 300만명으로 잡으면 6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교과서는 몇 년이 지나도 가치가 있지만 컴퓨터 교과서는 2년만 지나도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J중학교 컴퓨터 담당 김모 교사는 “현행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대다수 컴퓨터 담당교사의 입장”이라며 “우선 개정판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또 “컴퓨터를 구입한 후 필요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처럼 컴퓨터 교과서 개정판도 가능한 한 1년마다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컴퓨터 교과서만 별도로 개정할 계획은 없지만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