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협력사에 `공들인다`

“통신업계, 협력사 문제 개선될까.”

 매년 수조원대의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각종 장비나 솔루션 업체들을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아닌, 협력사로 예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통신업계 안팎에서 장비·시스템·솔루션 발주건을 둘러싸고 입찰공정성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데다, 특히 통신업계 전체 투자를 좌우하는 KT·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이 앞장서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이 같은 노력이 최근 일어난 일련의 통신업계 수발주 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면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전시성 행사나 형식적인 제도개선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대표 이용경)는 최근 기가링크의 장비 납품시비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지난 2002년부터 유지해 온 협력사 제도를 전면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반적인 구매조달 절차에서 입찰 방식, 하청업체 계약조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손질을 진행중이다. KT는 이를 위해 최근 외부 컨설팅 업체에 구매조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위탁했으며, 이른 시일내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KT가 구상중인 개선방향은 최저가 입찰제 보완 및 무상 서비스(A/S) 기간 단축, 입찰과정 공개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특별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경영선진화를 위해서는 어차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라며 “포괄적인 개선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올해 기업관계(BR)추진팀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협력사 관계개선에 나섰다. 특히 ‘BR 캠프’나 ‘헬스클리닉’, ‘시음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 관계 증진에 나서고 있다. BR캠프의 경우 구매조달 관련 부서 실무자들과 협력사 임직원들이 참석,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는 장으로 올 들어서만 네번이 열려 총 500여명이 참가했다. 또 ‘패밀리 프로그램’을 신설, 협력사 임직원들의 경조사를 지원하는 등 이색적인 활동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부터 서울 KAIST 캠퍼스내 자사 수펙스홀을 협력사들에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회의실이나 세미나 장소로도 대여해주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수립한 신경영원칙에 맞춰 정부나 국민, 협력사 모두에게 좋은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며 “특히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KTF(대표 남중수) 또한 올 들어 매달 콘텐츠제공업체(CP)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협력사들의 애로사항과 건의를 듣고 있으며 우수 CP에게는 개발 인센티브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수 CP로 선정된 업체에게는 KTF가 비용을 부담해 해외 통신사업자 견학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매달 공동 프로모션도 추진중이다.

 이외에도 하나로통신(대표 윤창번)이 지난해 8월 현 윤창번 사장 취임이후 전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각종 장비납품건은 내부 감사팀에서 수시로 감사를 진행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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