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원천기술 확보 민관 협력·투자 절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산 전자제품은 가장 갖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IT산업의 발전으로 오히려 국산제품이 성능과 가격에서 더 경쟁력을 갖게 된 것 같다. 뒤늦게 시작한 한국 업체들이 불과 몇년 만에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거나 그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긴장속에 한·일간의 사활을 건 특허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반도체, LCD, 휴대폰, PDP 등의 유망산업분야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데 삼성SDI의 PDP가 후지쯔의 제소로 일본에서 통관이 보류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한·일간 기업과 정부차원의 특허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의 10%나 차지하는 효자상품인 휴대폰의 경우 국산화 부품 비율은 58.6%에 불과해 연간 11조원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한국은 2002년 기술무역수지에서 20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난해 57억4900만달러, 미국은 223억9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특허가 없으면 돈 주고 사와 부가가치를 높여 다시 내다 파는 것이 당연하다는 타성에 젖어 있었다. 이 때문에 가공기술 향상에 주력해 원천기술 확보는 등한시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계에 걸쳐 수출을 하더라도 결국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듯하다. 실제 해외에서 인정받는 제품들은 대부분이 외국 제품이고 국내 제품은 아직까지 선진 수준을 따라 잡기에는 멀지 않을까 싶다. 원천기술이 없다보니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해야 하고 수출을 하더라도 제값을 받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첨단기술시장에서 갈수록 글로벌 경쟁이 격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과 독창적인 기술을 겸비해야만 한다. 최근 국내기업들도 원천기술 특허에 눈을 뜨기 시작해 원천기술 업체와 합작하거나 특허분쟁에 대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독자적으로 기술을 보호 관리하고 거액의 로열티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원천기술보유 업체들의 압력과 횡포에 끌려다니지 않고, 재주만 부리는 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공기술이 아닌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긴밀하고 장기적인 협력과 투자가 절실하다.

 박갑성 부산시 동구 초량4동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