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 TV를 생산중인 한 중견 PDP업체는 지난해 중반 미국의 일리노이주립대학으로부터 ‘당사가 우리 대학에서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받았다. 일리노이주립대학은 PDP 모듈의 드라이브 IC로 사용되는 COF(Chip On Film)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들에 경고장을 발송한 것이다. 해당기업은 이 특허가 PDP모듈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모듈업체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이 업체의 사장은 “당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대기업에 집중됐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타깃이 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디스플레이, 휴대폰,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DMB) 방송 등 곳곳에 특허 지뢰가 놓여있다. 자칫 발을 잘못 내딛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최근 국내 LCD업체들의 국산화 노력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장비업체들은 요즘 메이저 장비업체들의 타깃이 됐다. AMAT(미), TEL(일), 올림푸스(일) 등은 국내업체의 성장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3건의 특허소송과 3건의 특허침해 경고를 한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파악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에도 곳곳에 특허 지뢰가 놓여있다. 수동형(PM) 부문은 코닥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능동형(AM)에도 코닥과 일본 기업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업체로서는 삼성SDI가 PM부문에 대해 코닥과 라이선스 계약을 했을 뿐이며 AM부문은 아직 특허보유업체와 라이선스를 얘기하는 기업들이 전무하다. 듀폰디스플레이의 김성한 박사는 “AM부문도 특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특허권자 업체들의 정책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가 시작되는 DMB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바가 “적정 수준의 로열티를 받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모든 특허 전략이 베일에 쌓여있다. DMB단말기 업체는 도시바에 지불하는 것 외에도 MPEG4 등 또 다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에는 해외 선진업체들이 차세대 핵심기술을 서로 묶어 공동으로 라이선스 정책을 집행하는 ‘특허 풀’ 제도가 보편화되고 있어 중소기업에는 더욱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7년 MPEG2 핵심기술을 보유한 8개 업체가 일종의 특허 풀인 MPEGLA를 설립한 것을 시발로 △IEEE1394 특허 보유권자들의 대리기관인 1394LA △유럽식 디지털 지상방송 규격인 DVB-T 방식의 DVB-TLA △MPEG4 오디오 라이선스 모임인 비아(VIA)가 잇따라 결성됐다.
또 통신분야에서는 3세대(3G) 비동기식에서 3GPP, 동기식에서 3GPP2가 각각 결성돼 공동규격을 제정중이며 향후 라이선스 징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러한 특허 풀의 경우에는 핵심특허가 모두 묶여서 권리가 행사되기 때문에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업의 한 특허 담당자는 “특허풀의 경우 비교적 합리적인 로열티를 징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디오, 오디오, 콘텐츠 따로 로열티를 매기게 돼 있어 이를 다 지불하면 사실상 수익올리기가 힘들 정도”라며 “특허 전문가를 내세워 협상을 하기 때문에 로열티를 주거나 사업을 접거나 양자 택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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