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는 북한주민에겐 큰 재앙이지만 북한 당국에는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이 부족하여 부상자들을 제대로 치료 하지 못하는 북한 의료체계의 참상과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 황량한 용천. 상상을 초월한 용천 참상이 국제 사회로 알려지자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식량과 의약품,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 핵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구호물자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북한도 이례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제3차 6자회담을 위한 실무회의가, 그리고 6월 말께엔 제3차 6자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용천 폭발사고로 국제사회의 온정과 지원을 받은 북한이 여전히 핵문제를 가지고 국제사회와 벼랑끝 전술을 고수할지 주변국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은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려는 자위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북한의 주장과 엄청난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용천 사고는 핵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회생에 전념해야 할 북한으로서는 벼랑끝 전술을 거두어 들이고 차선의 선택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제3차 6자회담에서 종전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서 핵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이 긍정적인 방향 변화할 것이라는 몇 가지 변수를 가정해 보면, 첫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과 도출한 합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지도자들에게 “북한은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인내심과 함께 융통성을 발휘해 적극 6자회담에 참여할 것이며, 아울러 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약속하였다.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지만 이 발언은 중국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상의 결과 나온 양국간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앞서 체니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한핵 해결을 중국에 종용한 것은 시기적으로 미국 대선과 관련하여 미국이 초초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마저 가닥을 잡지 못한다면 부시의 재선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과 미국 사이 대타협의 분위기는 조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권에 위협이 오기 전에 경제난을 해결할 수가 있고, 부시는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월 말로 예정된 제3차 6자회담은 타이밍 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왜냐하면 부시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어느 정도의 양보를 하더라도 북한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클린턴 정부 마지막 해, 선거의 해에 전격적으로 북미 간 타협이 이루어졌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는 북한핵을 이라크전쟁과 MD계획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 이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지금, 부시는 북한핵 해결에 어떤 돌파구라도 마련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줄 수가 없다고 하면서 리비식 해결을 주장하였다. 협상은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상호타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주고 받을 것이 있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만큼 대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uhjj@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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