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를 살리자](15)획기적인 경영환경 개선-7

기업 인수합병(M&A)이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는 M&A에 대해 맹목적으로 비관적 시각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금융당국이나 업계에서 모두 M&A활성화의 필요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M&A에 대한 요구와 공감대에 비해 제도 개선이나 기존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M&A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나타났던 M&A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큰 부담이 돼 왔다. 이 제도는 M&A를 하려는 기업이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통상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사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M&A의사를 밝힌 후 매수청구가격과 실제 주가와는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성공적인 M&A 모델로 꼽혔던 ‘더존디지털웨어와 뉴소프트기술의 합병 건’은 매수청구권에 따른 비용 확대가 문제가 돼 몇 차례 시도 끝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증권연구원은 지난해 기존 시가(주가)에 의해서만 결정되던 매수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처럼 기업의 자산가치와 기업가치를 적절히 가중평균해 매수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또 데이트레이더 등과 같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아닌 일정기간 주식을 보유했던 장기투자자에게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 이 문제는 재정경제부에서 검토 단계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주식 교환을 통한 M&A에서도 제도적 걸림돌은 나타난다. 지금까지 주식 교환을 통한 M&A의 경우 법원의 심사를 의무화하고 있어 장기간이 소요되고 또 그 사이 주가의 급변으로 교환비율이 변경되는 등 M&A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특히 주식을 교환 발행하며 발생하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실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세금을 먼저 내는 효과가 발생해 M&A를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주식 맞교환을 통한 M&A의 경우 주식 양도 시점이 아닌 취득한 주식을 처분해 실제로 현금이 유입되는 시점까지 과세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도적 문제점 이외에 기업의 자발적인 M&A 유도를 위한 방법들도 연구되고 있다. 나스닥처럼 시가총액, 자기자본, 순이익 기준 등 등록유지 요건을 만들고 이에 저촉되는 회사들에 경고를 통해 기업 간 M&A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박사는 “미국 시장에서 M&A가 가장 활발한 경우는 대부분 상장유지조건을 갖추기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M&A를 시행하는 사례”라며 “우리 기업들도 일정 기준을 주고 여기에 사전경고를 통해 M&A를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A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사모 펀드의 역할도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M&A를 위해 증권투자회사 등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현행 증권투자회사법에는 사모M&A펀드의 운용주체로 자산운용사, 투신운용사, 투자자문사로 국한하고 있지만 실제 구조조정업무를 수행하는 전문회사(CRC)를 M&A펀드의 운용주체로 포함하게 되면 보다 적극적인 M&A가 가능할 전망이다. CRC를 통하게 되면 M&A펀드가 주체가 돼 다수의 코스닥기업을 인수 후 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펀드가 기업을 인수 후 자진 퇴출을 시행하고 구조조정 완료 후 등록을 신청하는 방법 등이 가능해진다.

M&A 활성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건전한 M&A유도를 위해서는 기업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회계 투명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CJ가 플레너스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CJ그룹이 플레너스를 인수하면서 미흡했던 ‘온라인’부문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닥에서만 200여건 이상의 경영권 교체·영업 양수도가 있었지만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M&A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일부 회사에서는 경영권을 매각한 대주주가 차익만을 챙겨 도주한 경우도 있었고 부실기업에 피인수되며 유망했던 회사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등 부정적 사례도 나타났다.

한국기술투자 최범진 이사는 “M&A지원을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 등이 마련되고 있고 M&A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어 M&A를 포함한 올해 기업 구조조정 환경은 매우 밝다”며 “하지만 실적이 크게 부진한 기업, 경영권이 자주 바뀌는 곳, 사업과 무관하게 등록 프리미엄만을 노린 합병 등은 사업 시너지 보다는 단순 ‘머니 게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고]중소·벤처 M&A 활성화 위한 정부지원 제도

- 이일규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ikelee@smba.go.kr

최근 벤처기업은 IT 산업의 구조조정 및 인력난, 그리고 벤처 프라이머리CBO 만기도래 등으로 소위 ‘벤처대란’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벤처기업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M&A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올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투자 중심의 M&A 수요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수요측면), 코스닥 등록심사가 강화되면서 성장모델을 찾지 못한 벤처기업이 투자회수 및 생존전략 차원에서 M&A 움직임이 증가함에 따라(공급측면), M&A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M&A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뿌리깊은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와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M&A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인식 아래 지난해 6월 벤처업계의 다양한 건의를 수렴해 ‘벤처기업 M&A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고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그동안 벤처기업 M&A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다양한 규제들을 완화했다. 또한 많은 벤처기업, 대주주들이 자유롭게 M&A를 추진할 수 있도록 주식교환·합병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도 강화했다.

올해에는 M&A 추진에 따른 리스크를 전문적·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난해(1875억원)에 이어 재정자금을 출자해 M&A 전용펀드를 추가로 결성하고 M&A 컨설팅(중개)비용 지원(3억원), 관련 DB 및 정보망 구축 등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M&A가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또한 M&A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공인평가기관을 지정, 공정한 기업평가를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M&A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M&A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인식 해소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기관을 통해 별도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세제지원 등 각종 지원혜택에 편승한 불공정·편법적 M&A를 예방하는 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벤처기업 M&A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 1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이 오는 2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와 함께 하위법령 제·개정작업이 마무리되면 벤처업계 자율적인 주식교환·합병·영업양수도가 어느 해보다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M&A 지원시스템이 갖추어지게 되면 그동안 창업·성장지원 등 정부의 직접지원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벤처기업의 창업-성장-퇴출이 원활한 ‘벤처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조치를 토대로 벤처기업의 활발한 M&A가 이루어져 벤처기업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중소·벤처 M&A 성공·실패사례

M&A의 가장 큰 목표는 ‘시너지 창출’이다. 비슷한 업종끼리 합쳐 덩치를 키울 때보다는 서로 다르지만 연계성이 높은 사업 간의 만남이나 기술력과 자본의 만남이 이루어질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0년 단행된 네이버컴(현 NHN)과 한게임의 M&A는 두 가지 성공요건을 모두 갖춘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당시 네이버컴는 100억대의 투자자금을 유치했으나 검색 중심 포털사업의 성격상 단기적인 수익모델이 없었고 회원과 접속량 면에서도 5위권에 머물렀다. 한게임은 반대로 회원이 급증하며 확실한 수익모델을 확보했음에도 자금이나 조직이 이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합병을 통해 한게임은 네이버컴의 자금과 인력을 활용해 폭증하는 트래픽을 소화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네이버컴은 한게임의 폭발적인 회원 수와 트래픽을 기반으로 포털 부문에서도 선두권 업체를 따라잡게 된다. 결국, 이들의 M&A는 현재 수익사업과 미래 성장사업이 결합하는 가장 바람직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네이버컴’과 ‘한게임’이 각각 다른 회사로 운영됐을 때에도 NHN이 지금 같은 국내 포털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적대적 M&A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던 아이콜스, 쓰리소프트, 유비케어는 모두 최대주주의 지분이 낮고 사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자본금이 적은 등록기업이라는 장점까지 겹쳐 손쉽게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장외기업의 타깃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의 사례는 ‘돈 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존 경영진과 주주가 반대를 하다 보니 1대 주주가 되고도 경영권을 갖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됐다. 적대적 M&A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 창출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더구나 전혀 무관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이 우회등록을 위해 M&A에 나설 경우 회사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지분과 자본금이 낮으면서도 실적이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적대적 M&A의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점에서 유망 소프트웨어 기업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