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폭등에 가전가격 들먹

가전·PC·부품업체들 인상 조짐

 국제 원자재가 폭등으로 원가상승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가 연쇄적으로 3∼5% 정도 가격을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계가 구리와 철강의존도가 높은 백색가전 판가 인상작업에 이미 들어갔으며 그동안 비용부담을 떠맡아온 PC나 부품업계도 덩달아 가격인상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에 앞서 일본의 산요와 소니는 리튬이온전지 가격을, 닛코금속과 미쓰이금속은 LCD패널용 컬러필터의 핵심부품인 ITO(Indium-Tin Oxide)의 가격을 내달부터 8∼20% 올리기로 하는 등 가격인상 도미노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을 비롯한 백색가전 제품의 수출 공급가를 인상키로 하고 주요 공급처와 협상중이다. LG전자(대표 김쌍수)도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의 공급가를 올리기로 하고 해외 바이어에 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 김충훈) 역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경우에는 충격을 감내할 수 없다며 판가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과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이제 혁신활동 등 원가 절감 노력으로 상쇄할 만한 수준을 넘었다”며 “앞으로 당분간 원자재 폭등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공급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PC나 휴대폰·부품 등 여타 제품도 가격 인상 조짐이 일고 있다. 컴퓨터 케이스 제조 및 수입사인 지엠코퍼레이션(대표 김문철)은 최근 G20·K30 등 수입제품을 비롯한 전 모델의 총판가격을 1000원 정도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시장추이에 따라 재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철판이 주원료인 전원공급장치나 케이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약 5000원 가량의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이 상태로 계속 오른다면 조만간 PC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원가상승부담을 직접받고 있는 2차전지, PCB 등 부품업계도 세트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인상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어 가격인상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세계 경제 회복 △중국의 원자재 소비 급증 △달러화 약세 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같은 세가지 요인이 지속되면 오는 2008년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은 5∼10%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으며, 특히 구리의 경우는 올 1월부터 가격이 전월 대비 2배에 이를 만큼 치솟았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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