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조립PC가 전체 PC 시장의 20%를 차지하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반대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호시절이었죠.”
용산 전자상가에서 13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 지금은 노트북·디지털카메라·휴대폰 매장으로 바뀐 용산 전자상가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 조립PC가 국내 PC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반인에는 PC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조립PC는 ‘용산’을 대변하며 보편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런 조립PC가 최근들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사용자가 원하는 사양을 자유롭게 맞출 수 있다는 조립PC의 최대 강점과 함께 철저한 사후지원, 정품 소프트웨어 탑재라는 비장의 무기까지 들고 나왔다. 이제까지 조립PC가 AS 부실과 불법복제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테크노마트 컴퓨터 조립업체들이 모여 브랜드PC를 만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달 초 협의회까지 발족한 테크노마트 컴퓨터 조립업체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마케팅과 AS도 공동으로 실시한다는데 기본적으로 합의한 상태. 협의회 김운성 회장은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조립PC를 구매하는 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조립PC의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그간 조립PC는 고급 사양을 원하는 마니아 위주로 소비층이 형성돼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다나와·케이벤치·브레인박스·컴오즈 등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나서 ‘이 달의 표준PC’를 선정,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제품을 홍보함으로써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오히려 일부 오프라인 매장의 무분별한 추천에 따른 폐해를 막고 호환성이 보장됨에 따라 ‘제 값에 제대로 된 PC’를 구매하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표준PC에 참여하고 있는 컴오즈에 따르면, 매일 10대씩 판매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 전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들이 PB 형태로 조립PC를 선보이는 것도 조립PC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컴퓨존의 ‘아이웍스’는 매달 800∼1000대, 용산닷컴의 ‘아이메카’와 아이티컴퓨터의 ‘마인’이 각각 400∼500대, 이지가이드의 ‘이지업’도 200대 수준으로 판매되며 안착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아이티컴퓨터의 ‘마인’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정품이 탑재된 덕택에 기업체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조립PC는 대기업과 외산 PC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얼마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AS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와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조립PC의 부활도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라며 “단순히 조립PC의 입지 굳히기를 넘어 조립PC가 국내 PC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국내 PC산업의 현주소를 대변해 주는 듯 하다.
◆조립PC 효과적으로 구매하는 방법
조립PC는 말 그대로 상표 구분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성능, 가격대를 고려해서 직접 고른 부품들로 구성한 PC를 말한다. 완제품PC와 비교해서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소비자의 정확한 비교가 선행돼야 한다.
일단 조립PC를 구입하기로 했다면, 아래 사항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도록 하자.
1. 정격 300W 이상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를 구매한다. 보통 케이스에 딸려 나오는 파워는 200W인데, 이는 정격이 아니라 순간출력 200W인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각종 주변기기를 감안한다면 고용량이면서 안정적인 파워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2. 가급적이면 슬림케이스는 피한다. 추후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여유 슬롯이 없어 케이스를 바꿔야 하고, 케이스를 바꾸면 슬림 케이스에 맞춰 나오는 주기판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슬림형 주기판 가격도 고가인 경우가 많으므로 전체적인 가격 다운과 효율성을 고려해서 슬림은 피하는 것이 좋다.
3. 영화감상이나 게임을 즐기려면 스피커에 좀 더 투자하도록 한다. 저렴한 가격의 5.1채널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관리만 잘 하면 4∼5년은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모니터는 17인치나 19인치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4. 5.1채널 스피커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사운드카드는 5.1채널이 지원되는 것으로 별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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