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란 게 실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올해 들어 새롭게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마케팅 책임자로 부임한 정영학 상무(43). 지난 2000년 시스코에 합류하면서 커머셜세일즈 부문을 맡아 영업 일선을 누벼온 터라 마케팅이란 게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는 그는, 마케팅을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또 다른 시작‘이란 말로 다소 색다른 이론을 펼쳤다.
정 상무는 사실 본업이 마케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한국HP를 시작으로 마케팅 부문서만 줄곧 일해 왔기 때문이다.
그를 처음 만나면 서구 스타일의 ‘귀공자‘ 냄새가 난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피부에 해맑은 미소, 갸름한 얼굴은 부잣집 막내 아들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소탈함에 빠져들게 된다. 부드러운 미소와 편안한 자세, 그러면서도 격의 없는 어투와 몸짓의 자연스러움에 빠져들다 보면 ‘역시 프로였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건 지난 94년.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미국 남가주대·UC캘리포니아대 등을 거치다 보니 남보다 몇 해 늦게 본업에 입문한 셈이 됐다. 그런 정상무에게도 정보기술(IT) 업계 입문 이후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94년 한국HP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그는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얼마 안 있어 차장, 부장으로 승진했으며, 곧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지난 1999년과 2000년에 불어닥친 벤처 바람 앞에서 정상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 3월 마침내 그도 벤처 ‘엘도라도‘의 꿈을 안고 S라는 벤처회사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정 상무는 당시 회사가 뜻하지 않은 내우외환에 휩쓸리자 과감히 떠났다.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는 그해 다시 다국적기업인 시스코로 복귀했다. 마케팅이 아닌 엔터프라이즈 영업이긴 했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은 그의 초심 덕분에 영업부문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실적이 뒷받침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 3년간 국내 주요 4개 도시에 시스코 지사 설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그는 올해 다시 마케팅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 고향으로 돌아온 듯 편안하다는 게 그의 일성이다. 그렇다고 맡은 직분이 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 상무는 “기술과 제품의 리더십을 확보한 시스코 영업의 반은 마케팅이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과 기술, 기업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의 개발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다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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