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RFID 활용과 경쟁력

 한 동안 컴퓨터에 모든 것을 넣으면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는 다소 맹랑한 이론이 유행했다. 지금은 이 이론이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 컴퓨터를 붙여 놓으면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쪽으로 진화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인 사람보다는 수단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에 생기는 자연스런 변화다.

 이런 변화는 90년대 정보화 바람을 타고 많은 분야에서 구현됐다. 물리적인 기반에 크게 의존하는 물류·유통 분야에서는 더 거세게 일어났다. 물류·유통 분야의 정보화는 인프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산업 사회의 대표 인식 수단인 바코드로는 시간 단축, 원가 절감, 효율 향상과 같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무선인식(RFID)은 정보 사회에 부합되는 새로운 도구이다. 사람이 일일이 비춰야만 인식되는 접촉 방식에서 인식 거리가 길어지고, 인식 속도가 빨라지는 무선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RFID는 무선을 매체로 활용해 사물을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인식표(태그)를 읽어, 속도가 빨라지며 인식표 재활용이 가능하고 인식 거리가 길어 자동화·기계화 등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게차에 물건을 가득 싣고 운반할 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일일이 세어 보면서 품목과 수량을 확인해야 한다. 바코드를 사용할 때는 바코드 리더기를 물건에 부착된 바코드에 직접 비춰 하나 하나 읽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RFID를 이용하면 지게차가 리더기가 설치된 출입문을 지나면 그만이다.

 프랑스의 대중 교통 운영기관 ‘RATP’에서는 RFID를 사용해 기존 마그네틱보다 무려 시간은 6배, 비용은 4.8배를 절감했다. 또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수화물의 잘못된 배송을 75%, 시간 지연을 50%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RFID시스템을 설치해 결손품· 반품 감소로 총 매출 10%에 해당하는 수익 증대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간 6∼7%의 원가 절감이 가능했다.

 RFID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보관 창고의 규모, 출입문 크기와 갯수, 지게차 회전 반경과 적재 수량 등을 고려한 지능형 시스템이 선보이고 있다. 인식거리는 7m 이상, 인식 속도는 초당 500개 이상이 요구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미 기술 개발을 끝낸 선진국은 이를 산업계에 도입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당 주파수 사용을 규제하고 초기 적용에 따른 위험 부담, 보편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 등 여러 요인이 RFID 사업의 보급을 가로 막고 있다.

 선진국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RFID를 활용해 얻는 국가와 사회적 이익은 충분히 검증되었다.

 RFID의 도입과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는 주파수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부문에 파급 효과가 큰 다양한 시범 사업을 통해 도입에 따른 위험 부담을 불식해야 한다. 공격적인 기술 개발로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을 전개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시간 단축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한 효율 향상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RFID 도입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대세라면, 전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인 현실을 고려해 RFID를 공항·우체국·도서관 등 국가적 사업에 우선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주변 국가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교역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정보 사회에 적합한 보편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효용을 높여야 한다. 이는 인터넷 강국에서 한걸음 나아가 전자정부, 전자상거래 등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 발전하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RFID를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활용하고 앞선 필드 적용에 따른 기회 선점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동북아 물류 거점국가로 발돋움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윤태섭 하이트랙스 사장 tsyoon@ns.hitr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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