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방송 산업은 국내에서 연구개발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 10여년을 갓 넘긴 신 산업군에 해당한다. 대전과 충남·북 등 중부권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등을 주축으로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디지털TV 방송 산업의 선도적인 역할을 주도해 왔다. 특히 ETRI는 90년대 초반까지 학문적 수준에서만 가능성을 찾았던 디지털TV 송·수신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 1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내 국내 디지털TV 방송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은 주인공이다.
ETRI는 90년대 초반 디지털 지상파 신호 방식에 아날로그 전송 방식을 고집, ‘반쪽짜리 디지털TV 방송’이라는 닉네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방송계에 세계적 디지털 흐름을 접목시키켠서 본격적인 ’풀 디지털(Full Digital)화’ 시대를 일궈냈다. 이같은 ETRI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핀-오프(Spin-Off)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국내 디지털TV 방송 산업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디지털TV 지상파 도입이 최근까지 늦춰지면서 수익성 문제가 대두되자 산업계에서 활동중인 기업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형편이다.
학계에서는 KAIST가 90년대 초반 일부 교수진들을 주축으로 디지털TV 전송방식 가운데 하나인 동영상 압축기술(MPEG)과 디지털 고화질(HD) TV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ICU는 97년 개교와 동시에 젊은 교수진들을 중심으로 MPEG 등 국제 표준 활동과 후학 양성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대전, 디지털 연구실용화 산실=ETRI 안치득 디지털방송연구단장(49)은 국내 디지털TV 전송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확정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디지털TV 방송 연구계의 대부로 불린다. 안 단장은 그 동안 고선명TV 위성방송 인코더 시스템과 MPEG4 멀티미디어 코덱 기술, 지상파 디지털TV용 인코더 시스템 및 3차원 입체TV 방송기술 등을 개발한 데 이어 2002년부터 스마트TV 기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MPEG코리아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안 단장은 차세대 멀티미디어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MPEG4 및 MPEG7 국제표준(안)에 우리 기술을 각각 15%, 25%를 반영토록 함으로써 국제지재권 확보 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ETRI 김진웅 방송미디어연구그룹장(46)은 디지털TV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과 가장 크게 달라지게 만드는 기본 요소인 데이터방송 서비스 기술 및 단말 미들웨어 기술을 개발한 주역이다. 그는 이 결과를 활용, 국내 방송국·업계와 공동으로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미국보다 앞서 지상파 데이터 방송 시험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이 결과는 미국 주도의 표준화 단체인 ATSC 및 국제 방송장비전시회인 NAB 등에 발표되기도 했다. MPEG (ISO/IEC JTC1 SC29 WG11) 국제 표준화회의 한국대표단장을 역임한 김 그룹장은 현재 차세대방송표준포럼 운영위원과 한국방송공학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ETRI 김창주 전파기술연구그룹장(49)은 디지털TV 전송기술과 간섭 분석 및 채널 배치와 관련된 연구 개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8년 디지털TV 변조기 및 주파수 상향기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디지털TV 및 DMB 채널 배치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무선 전송기술과 관련해 SCI에 10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국전자파학회 이사로 활동중이다.
ETRI 이수인 방송시스템연구그룹장(43)은 지난 93년부터 95년까지 무궁화 위성용 디지털TV 위성 전송시스템을 설계하고 송·수신기 셋톱박스를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했다. 또 최근에는 위성 디지털 오디오 방송에 필요한 변·복조부 하드웨어와 고주파 서브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 베드를 이용한 성능 및 필드 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KAIST 김재균 전자전산학과 교수(66)는 지난 90∼92년 HDTV 방송 영상방식 연구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91년 MPEG한국위원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MPEG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그간의 연구 개발 활동 공적을 인정받아 98년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고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KAIST 공적상과 한국공학기술학회 공학교육상을 수상했다.
KAIST 나종범 전자전산학과 교수(50)는 지난 92년 디지털 HDTV 개발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디지털 지상TV 방송 기술 가운데 동영상 부호화기 개발 연구를 촉진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또 MPEG4 표준화 활동에 참여, 후처리 필터 등을 제안하고 동영상 압축에 필수적인 핵심 알고리듬 개발 등을 통해 2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했다. 이 밖에도 지난 96년 한국방송공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대한전자공학회 음향 및 신호처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외 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
ICU 노용만 멀티미디어그룹 교수(43)는 TV에 컴퓨터 및 통신 기술을 융합한 지능형 방송과 관련된 기술의 국제 표준화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동안 연구개발 성과로는 MPEG21기반의 방송 콘텐츠 디지털 아이템 적응 변환 모듈을 개발한 것을 비롯, 지능형 방송서비스 핵심기술 개발, 능동형 에이전트 및 메타데이터 관리기술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한국방송공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한 노 교수는 향후 단기적으로는 유비쿼터스 기술과 관련되는 미디어 적응 기술과 실시간 트랜스 코딩기술을 연구하고 지능형 방송에 필요한 미디어 처리 및 서비스 기술을 지능형 에이전트 기술과 접목시켜 연구할 계획이다.
ICU 김문철 공학부 교수(38)는 MPEG4, MPEG7, MPEG21 등 분야에서 국제 표준 활동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주요 연구 개발 활동으로는 MPEG4 기반의 멀티미디어 코덱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통합데이터 방송기술과 지능형 방송 에이전트 및 메타데이터 관리기술 등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0년 MPEG한국대표단 단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 표준화 활동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국제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맥스웨이브 안동식 사장(47)은 ETRI 출신으로 지난 2000년 회사 설립 초기 디지털 TV용 중계기 및 변조기 등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 KBS와 MBC, 지방 방송사 등에 공급하는 등 국내 동종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시켰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방송용 프로세서를 개발, 서울지역 2차 물량을 모두 공급한 데 이어 전국 광역시 전체 물량을 다음달 말까지 공급키로 해 공동주택 디지털방송 공동 수신시설 채택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트립 안테나를 개발, 외국의 유명한 자동차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킨 데 이어 국내 대기업들과 대량 공급에 대해 사실상 합의하는 등 회사 성장의 탄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위월드 박찬구 사장(39)은 디지털 위성방송의 한 분야인 위성 추적 안테나를 개발, 국내 최대의 이동체용 위성안테나 공급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광주, 내로라하는 전문가 포진=광주지역에서 디지털TV 분야에 대한 인력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지만 전국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남대 김대진 전자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44)는 디지털TV 전송방식과 관련해 국내에서 실력있는 권위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LG연암문화재단으로부터 해외 파견교수로 선발돼 내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신호검출, 안테나 다이버서티 등 이동 방송서비스를 위한 디지털TV 전송 및 수신기술을 연구중이다. ‘지상파 디지털TV의 이동 수신기법’ 연구가 실용화될 경우 디지털TV의 난시청이 해소되고 서비스 영역이 확대돼 이동통신 단말기와 연동, 보행 및 이동구간에서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호요성 정보통신공학과 교수(45)는 현재 광주과기원 3차원 실감방송연구센터를 이끌며 디지털TV의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주로 디지털 신호처리와 디지털 영상신호 부호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특히 디지털 필터구조와 신호표본화 및 양자화, 멀티레이트(Multi-Rate) 신호처리, 다차원 신호처리, 디지털 시스템 설계와 초고밀도 집적회로 (VLSI)구조 연구 등은 업계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활동은 동영상처리 국제표준인 H.263, 동영상 압축기술인 MPEG2·MPEG4, 공동작업만 JVT(Joint Video Team) 등과 같은 영상통신을 위한 국제 표준화 작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같은 대학 기전공학과 최태선 교수(52)는 전자광학 및 각종 센서에서 획득한 영상정보와 신호정보를 처리·압축·분배·저장해 시스템을 지능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인식정보 관련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최 교수는 신호처리 분야에서는 정응신호처리와 실시간 고속신호처리, 디지털 신호처리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영상처리 분야에서는 영상패턴의 재현과 물체인식 및 판독을 위한 알고리듬 이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각종 첨단 시스템의 핵심기술인 디지털 비디오 정보처리용 시스템 개발과 디지털 카메라의 영상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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