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보통신부는 50여 게임업체를 회원사로 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및 주요 대기업 등이 지원키로 한 게임수출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국산 게임의 해외 수출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협의회의 세부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얼마전 문화관광부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을 통해 내놓은 사업과 너무 유사하다.
문화부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게임수출진흥센터를 설립키로 하고 이를 통해 국산 게임 현지화 지원, 해외시장 투자 로드쇼,해외 정보 수집 및 배포 등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부 산하기관인 게임산업개발원도 지난 1월 코트라와 게임 부문 수출에 협력키로 한 바 있다. 게임수출협의회 발표와 비슷하다.
첨단산업으로 부상하는 게임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종합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는 백번 좋다. 규모도 적지 않아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와 KT등 굴지의 대기업과 통신회사들이 참여하면서 3년간 게임업체 투자 및 지원 규모가 600억원 이상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부처가 힘겨루기를 하듯 지원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사공이 많으면 배를 산으로 몰고 가 듯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일각에서는 각종 단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협단체가 탄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게임업체 CEO는 “해외에서 한국게임산업의 주무부처와 주관기관이 어디냐고 물을 때는 다소 난감해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게임 강국이라기 보다는 게임협회 강국”이라면서 “정부 부처가 통합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게임업계에 서로 협력하라는 식의 목소리만 높인다”고 말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도 이젠 지겹다. 이런 표현은 정부부처들이 으레 듣는 비판으로 치부해 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따로 지원해 힘을 분산시키기보다는 서로 협력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꼬리표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은 소모적인 정책 경쟁은 그만 두어야 한다. 어느 부처에서 손을 내밀든, 양 부처가 협력할 수 있는 현명한 통합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는가.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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