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 ‘대장금’ 등 지난해 퓨전사극 열풍 속에서도 정통사극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며 선전해왔던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극본 유동윤, 연출 신창석·김성근)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대변신을 통한 인기몰이에 나선다.
고려 중기 무신정변을 통해 권력을 잡은 이래 100년간 천하를 호령했던 무인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무인시대’는 지난 18일 총 예정분(150회)의 3분의 2인 100회를 소화하며 본격적인 종반 레이스에 들어갔다.
종반부 최고의 관심사는 ‘금강야차’ 이의민(이덕화)과 60년 최씨 정권 시대를 연 철혈무인 최충헌(김갑수)간에 벌어지는 권력 암투. 먼저 권력을 잡은 쪽은 계림(신라)의 황룡을 꿈꾸는 이의민. 무신정변의 실세임에도 줄곧 2인자 신세였던 이의민은 정중부-이의방-경대승으로 이어져온 무인시대의 계보를 이어받는다.
신라 부흥의 명분을 내건 시대적 요청에 따라 황제보다도 강한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는 이의민은 이후 정적 최충헌과 불꽃튀는 권력암투를 벌이며 무인시대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60년 고려사 전체에 걸쳐 가장 냉혹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최충헌에 의해 몰락할 때까지 무인시대 최대 하라이트를 만들어 낸다.
이의민과 최충헌의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이덕화와 김갑수의 불꽃튀는 카리스마 연기대결도 흥미롭다. 이의민-최충헌 간의 권력다툼은 최충헌의 승리도 결론 나 있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두 연기파 중견 탤런트들의 연기대결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덕화는 그동안 여러 차례 사극에서 선굵은 연기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고, 김갑수는 ‘태조왕건’에서 궁예의 책사 종간역으로 무게있는 연기력을 과시해 왔다.
종반부로 접어든 ‘무인시대’는 또 그 동안의 남성 중심의 드라마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한다. 경대승 사후 이이민의 권력 장악과 최충헌의 부상, 그리고 이의민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권력 쟁탈기를 같이 할 여인들을 대거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무인시대’ 하반부를 장식할 주요 여성 캐릭터는 모두 3명. 이의민이 권력 절정기에 취하는 애첩 ‘아난’(함소원)과 최충헌을 권력의 중심부에 올려놓는 기생 ‘홍연화’(추상미), 그리고 경국지색의 미모로 무신정권 말기에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는 ‘자운선’(캐스팅 미정)이 그들이다.
무엇보다 역할도 그것이지만 함소원과 지적인 이미지의 추상미의 연기 대결 자체가 흥미롭다. 아직은 캐스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운선 역시 ‘무인시대’ 전편에 걸쳐 가장 주체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가득찬 여성으로 알려져 어떤 여배우가 기용될지 방송가의 관심거리다.
종반부로 접어들며 히든카드를 꺼내 든 ‘무인시대’가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이의민-최충헌의 암투 과정을 통해 그동안 퓨전사극에 내줬던 정통사극의 왕좌를 다시 찾을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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