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자드소프트 자금횡령 `유감`

 이용호게이트, 정현준 게이트는 벤처기업에게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다. 몇몇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당시 한껏 부풀었던 벤처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기업의 성장성보다 경계의 눈길이 우선됐다. 코스닥시장 등록기업은 투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후 추락한 투자시장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몇년째 중병을 앓고 자리에 누워있다.

 그나마 최근 추락한 벤처의 위신과 체력을 만회하려고 움직이는 분야가 있다면 게임산업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유일한 분야다. 정부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코스닥등록 게임업체인 위자드소프트의 최대주주 임호길 씨의 자금횡령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번 코스닥 벤처기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임 씨는 회사자금 22억원을 횡령한데 이어 회사대출자금을 담보로 32억원을 추가로 대출한 혐의가 최근 포착됐다. 그것도 돈되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위자드소프트가 이 사실은 알게 된 것은 지난 2일. 위자드는 긴급이사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시를 통해서 수노리닷컴에 22억원을 대여해준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위해 염동균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등의 내용을 밝혀 위기를 감추는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보름사이에 대표이사가 두번이나 바뀌는 기이한 행동을 벌이면서 밝혀진 것은 결국 자금횡령이었다.

 잠잠하다 싶으면 한번씩 터져 나오는 벤처기업의 부정사건은 혓바늘마저 솟게한다. 벤처게이트 사건이 가져다 준 악몽을 투자자들은 잊지 못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처럼 지금 위자드를 바라보는 벤처 관계자들의 가슴은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다. 이 사건이 게임산업 육성이라는 관심에서 ‘냉소’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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