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요구 실시간 대응이 시장경쟁력
“아마존닷컴에서 도서 구매를 신청한 고객들은 책이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델(DELL)은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언제쯤 상품이 배송될 것인지를 알려줍니다.”(윤문석 한국오라클 대표)
델은 실시간 고객 데이터(주문) 처리능력을 발판으로 삼아 상품제조활동과 공급망관리(SCM) 프로세스를 통합, 적시에 주문생산방식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델과 아마존닷컴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회사의 실적이 좋을 지 쉽게 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리얼타임(Real Time) 기업정보화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의 요구(Need)를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
리얼타임 기업정보화는 데이터베이스(DB) 및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중심으로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등을 포괄하는 종합 IT 프로젝트로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정보시스템을 웹으로 확장(웹서비스)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기업의 하부조직으로부터 최고 의사결정자에 이르는 모든 정보와 지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기업 경쟁력의 기본을 개선해주는 게 리얼타임 기업정보화의 매력적인 요소다.
리얼타임 정보시스템의 구현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금융과 통신권. 은행들은 지역적으로 분산된 이기종 시스템의 통합작업에 리얼타임 위험관리기능을 접목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낭비요소를 줄이고 여신 및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통신회사들도 초대형 DW를 새로 구축하고, 이를 CRM과 연계함으로써 고객의 요구에 즉시적으로 대응하는 정보체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얼타임 기업정보화의 준거(레퍼런스)사이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최근 1년여간 ‘금융지주회사를 위한 DW 및 CRM 기반 구축작업’을 통해 신한은행·굿모닝신한증권·신한카드·제주은행 등의 정보인프라를 통합함으로써 연간 100억원 상당의 IT 도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의 고객 캠페인(CRM) 적중률을 최대 35%까지 끌어올렸으며 즉시적인 고객별 수익성 분석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리얼타임 정보화시대로 바짝 다가섰다.
LG텔레콤도 DW, CRM을 연계한 리얼타임 정보시스템을 지난 10월부터 본격 가동, 490만여 고객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활용체계를 확립했으며 24시간이나 소요되던 신규 고객의 데이터 입력·취합시간을 1초 이내로 단축했다. 특히 EAI를 DW에 접목함으로써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리얼타임 체제로 전환, 이동통신서비스회사의 최대 승부처인 고객 충성도 향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동진 LG텔레콤 IT솔루션팀장은 “고객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DW에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추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 KTF에 앞서 리얼타임 정보시스템을 확립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마케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1세기 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사업 전략을 세우고 수행하는 방법론에도 리얼타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따라서 기회와 위험 변수를 고려한 변화예측, 신속한 고객 대응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실시간 전략 프로세스가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웹서비스, 고도의 데이터 분석기법, 통합 소프트웨어, BI, 비즈니스활동감시(BAM), 기업성능관리(CPM) 등 실시간 분석 및 대응 프로세스를 구현할 솔루션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