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훈훈한 세밑 온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시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연말이 왔음을 알리는 한편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키는 효소역할을 한다.
희망의 싹을 심는 봉사활동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래서 봉사활동의 기치를 내건 단체들의 이름도 ‘아름다운…’을 내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등 삭막한 사회를 끌어 안는 봉사의 수식어는 언제나 ‘아름다운…’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세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노력은 굳이 자선단체만의 몫은 아니다. 기업의 역할은 더욱 크다. 자선단체를 후원하고, 정부가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내는 세금 또한 기업의 몫이다.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첨병으로 기업은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봉사 역할을 따지면 그 어떤 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러나 기업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多魔(다마)’에 시달렸던 올해의 경우 기업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차떼기’로 표현된 검은 돈, 비리와 청탁, 정치권 줄서기 등은 국민과 벽을 더욱 높게 쌓았다. 국내 굴지 기업들의 경영진들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도 한다. 그 모습이 결코 아름답지 못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기업의 처지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잘못된 경영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검은 정치자금을 강요하는 사회풍토를 기업이 혼자 뒤집어 쓰기에는 억울함이 너무 많다.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는 기업의 기부는 괘씸죄를 피하기 위한 정치자금 제공에 묻혀 어디에서도 ‘아름다운’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아름다운 기업’은 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건전한 사회풍토가 밑받침돼야 한다. ‘혼자 벌어 혼자 잘 살겠다’는 독선적인 기업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기업’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아닌가 싶다. 2003년 ‘아름다운 기업’을 바라는 모든이의 마음일 것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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