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올해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수많은 화제의 인물들을 배출했다. 화려하게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고 쓸쓸히 물러난 사람들도 있다. 올 한해 IT 업계에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인물들을 되짚어 본다.
◆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세계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은 최근 미국의 위성TV 업체 디렉TV 인수안을 최종 승인받음으로써 2003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폭스뉴스 등의 인기 케이블 채널, 영화사, 출판 사업부 등 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내보낼 미국 방송망이 없던 머독의 ‘뉴스코프’는 이제 위성TV망을 통해 미 전역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는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케이블TV 업체들과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는 올해 아들 제임스를 영국의 유료TV 업체 B스카이B의 이사로 낙하산 임명했다가 아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바람에 모양새를 구기기도 했다.
◆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불가능해 보이던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의 시장 정착에 성공함으로써 자신이 창의력과 사업 수완을 함께 갖춘 ‘멋진 이단아’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는 온라인 음악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힌 음반업계 경영진들을 직접 설득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건의 음원 라이선스를 확보, ‘i튠즈 뮤직스토어’ 대박을 끌어냈다. 뮤직스토어는 지금까지 2500만곡 이상의 곡을 다운로드 판매했다.
◆ 마이클 파월 미국 FCC 의장
마이클 파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올 한해 통신·인터넷 및 미디어 분야의 탈 기업규제 정책을 우직하게 밀고 나갔으나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입었다. 그는 방송사간 합병, 신문·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하는 미디어 소유 제한 완화안을 주도했으나 의회와 시민 단체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혔다. 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확대 보급하고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복잡한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전화사, 초고속인터넷 업체, 주 정부 등 이해당사자 누구의 호응도 얻지 못했다.
◆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겸 CEO에게 올 한해는 가장 곤혹스런 해였음이 분명하다.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매출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소니는 상반기 결산에서 적자로 전락했으며 올해 최종 결산에서도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주가는 폭락했고 신규 사업에 투자할 돈이 없어 2200억엔에 달하는 대규모 BW를 발행하기로 했다. 히트 상품의 부재 속에 가전왕국 소니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평에 대해 이데이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않고 계속 도전하는 소니 정신은 살아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 리카싱 허치슨 회장
허치슨 왐포아 그룹의 리카싱 회장에게 2003년은 문자 그대로 시련의 한 해였다.
지난 90년대 2G 통신사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던 그는 유럽과 아시아, 호주의 10개국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3G 이통망 건설에 나섰다. 허나 올초부터 시작된 유럽 3G사업은 예상보다 부진했고 전용 단말기의 공급차질까지 겹치면서 허치슨 왐포아 그룹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물렸다. 올해도 리카싱 회장은 아시아 최대 재벌의 위치를 지켰지만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300만대의 3G 단말기는 성탄절 시즌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컴퓨터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에드 잰더도 최근 모토로라의 새 사령탑에 임명, 연말 IT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사장 시절 잰더가 보여준 탁월한 경영수완과 추진력을 높이 산 모토로라 이사회는 창업주의 손자인 갤빈 전사장 대신 외부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 새로운 도약의 키를 그에게 맡겼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의 마이클 델 회장은 올해 PC업계의 변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델을 단순한 PC제조업체에 머물지 않고 가전분야서도 톱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평판TV를 비롯해 MP3플레이어 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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