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넷]휴대폰 속에 부는 `놈` 신드롬

 ‘놈은 달린다.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달린다. 놈은 혼자다. 당신도 혼자다.’

 다소 철학적인 문구와 함께 시작되는 모바일게임 ‘놈’이 모티즌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임빌(대표 송병준)이 개발한 이 게임이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SKT를 시작으로 KTF가 3월부터, LGT는 지난 10월부터 서비스에 나섰다. 한 이동통신사의 다운로드 횟수가 하루 최고 5000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최근까지 개발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7억원을 넘어섰다. 모바일게임으로서는 모처럼 터트린 대박이다.

 요즘 들어 지하철이며 버스 안에서까지 휴대폰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게임을 즐기는 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놈’을 즐기는 유저들이다.

 이처럼 모티즌들이 ‘놈’에 매료되고 있는 이유는 게임 내용과 방법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참신하기 때문이다. ‘놈’은 한마디로 무조건 뛰는 게임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뛰는 도중에 나타나는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벽이 나타나면 점프를 해서 올라타는 일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독특한 점이라면 ‘놈’이 달리는 길은 4각형의 휴대폰 화면 모두라는 것. 달리는 도중에 나타난 벽이 다시 길이 되고 달리다보면 또 새로운 벽이 나타난다. 어쩔수 없이 휴대폰을 돌려야만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라고 해서 시시하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달리는 도중에 나타나는 바위와 링, 함정 등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야 한다. 아이템이 나타나면 먹고, 아가씨가 나타나면 키스를 연발해야 한다. 강아지가 나타나면 쓰다듬어 함께 뛰고 할머니가 나타나면 업고 뛰어야 한다. 또 뛰다보면 바위몬, 벌레몬, 닭대가리몬, 다스몬 등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 이벤트 상황도 나타난다.

 더구나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장애물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나고 간격이 좁아진다. 또 휴대폰을 돌려야 하는 상황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랴 벽이 나타나면 점프를 한 후 휴대폰을 돌리랴 점점 정신이 없어질 정도로 바빠진다.

 바로 이같은 황당하고 유별난 점이 모티즌들을 감탄케 하며 휴대폰을 돌려가며 무조건 달리는 ‘놈’ 마니아를 양산해 내고 있다. 우리네 인생을 표현하듯 끝없이 달려야 하는 ‘놈’. 휴대폰 속은 지금 이 ‘놈’ 신드롬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게임빌의 신봉구 기획실장은 “TV나 PC모니터는 돌릴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휴대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가 예상 밖으로 히트해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