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의 명절을 넘어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 버린 크리스마스의 상징은 더이상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가 아닌 것 같다.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도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 이상으로는 비쳐지지 않는다. 바야흐로 빨간 옷을 입고 빨간 장화를 신은, 빨간 모자의 흰 수염 할아버지에 의해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밀려난 것이다. 거리에서 파는 성탄축하 카드도 마찬가지고 e메일 카드에서조차 아기 예수보다 빨간 코의 사슴 루돌프와 그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를 훨씬 더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알다시피 산타클로스는 4세기 소아시아에 살았던 성 니콜라스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 선물을 나누어주는 풍습 역시 성 니콜라스가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 데서 유래했다. 이 것이 유럽으로 퍼졌고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으로 전파됐다.
넉넉한 풍채와 너그러운 미소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이 할아버지가 대중화된 것은 1822년 미국의 클레멘트 무어라는 작가가 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는 시에서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흰 털이 달린 빨간 옷, 검은 벨트, 빨간 모자는 한 미국 만화가에 의해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후 코카콜라에 의해 시도되기도 했던 산타클로스 ‘상업화’의 절정은 핀란드에서 완성됐다. ‘산타 마을’이 만들어진 것이다.
헬싱키 북방 800km에 위치한 소도시 ‘로바니에미’의 한 우체부가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어린이의 편지에 답장을 한 것이 ‘산타 마을’의 시초였는데 핀란드 정부가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 산타클로스를 그곳에 ‘상주(?)’시켜 버렸다. 이후 이 마을에는 겉봉에 ‘산타클로스에게(To Santaclaus)’라고 쓰인 수백만 통의 편지가 답지하고 있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연초 세계로 본격 확산된 사스(SARS)에서부터 기상이변으로 인한 각종 재해, 이라크전쟁 등으로 어린이들이 어느 해보다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대리 산타’들의 ‘손 품’이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바빠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국제기획부·허의원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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