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공단을 동북아 허브로

최근 남북 양측은 핵 문제와 남북경협을 분리 접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개성 및 금강산지구의 특별법 제정·공포와 남북경협 4대 합의서 발효, 개성공단 착공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개성공단 착공식은 심각한 경제난 해결과 북핵파문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남북경협만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현실적·실리주의적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서울에서 불과 70㎞ 내외에 위치해 서울과 수도권의 대규모 소비시장과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북한내 남한의 수도권 공장을 건설한다는 의미와 함께, 제조업 부문으로의 본격적인 대북 투자로 발전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경의선 철도 및 도로와 연계 추진하여 부산 서울 개성 평양 신의주를 잇는 거대한 남북한 경제 축을 연결함으로써,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동북아경제중심 구상 실현의 `시범 단지` 및 `거점`(hub)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개성공단 착공식(6월30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개성공단 개발사무소와 중기관리사무소가 설치됨으로써 본격적인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첫 삽 뜨기에 불과하다. 개성지구가 공단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본공사 이전의 측량과 기본설계 등을 비롯해 조성과 개발, 분양과 운영, 판로 개척 등의 여러 단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경제 외적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고, 4대 경협합의서와 개성공업지구법의 하위 세부규정의 조기 제정과 공포 등의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투자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안정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둘째, 진출 희망기업의 수익성과 판로 확보 차원에서 보다 전향적인 경협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북한은 여타 경쟁국보다 양호한 투자환경을 제시하고 공단내 북측 인력의 고용과 해고, 임금 계약 등에 있어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수출금지적 성격의 컬럼(Column)Ⅱ 적용으로 북한 상품의 대서방국 판로 확보가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는 과당경쟁 예방 차원에서도 공동 진출기업의 상품에 대해서는 한시적이나마 ‘우선 구매 제도’나 세제·금융상의 인센티브 도입이 요구된다. 저렴한 분양가와 무상의 인프라 조성도 필요하다.

 셋째, 남북협력기금의 확충과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 투자보장합의서가 발효되었을 뿐 아니라 진출 희망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만큼, 분양 토지와 공단에 투자한 건물 및 기계설비를 담보로 개발업자나 입주 희망업체들에 대한 중도금 대출이 요구된다. 또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중소기업 지원 차원의 정책자금 지원과 함께, 과도기적 2국 체제를 인정하여 미개척 해외수출시장(emerging market) 진출 차원의 산업금융 지원과 세제·금융상의 지원도 필요하다.

 넷째, 1만∼2만 평 혹은 10만 평 내외의 ‘시범 단지’를 조성해 용수와 전력 사용이 많지 않은 사업이나 환경 시설이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업체를 중심으로 우선 입주·가동시켜야 한다. 이는 본격적인 투자 사업과 개성공단 개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험무대인만큼,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조기 착공이 시급하다.

 개성공단 개발 사업은 단순히 민간 차원만의 대북 사업이 아니라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 지원 및 수입 대체 산업 육성,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지원이란 ‘공적 역할(경제적 사업)’과 함께, 한반도의 긴장 완화라는 ‘정치·안보적 역할(평화적 사업)’의 복합적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원칙과 소신을 갖고 통일경제적 시각으로의 중장기적인 접근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의 소신있는 결단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대립과 갈등의 상징인 군사분계선 인근의 개성 지역이 남북간 화해·협력의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고 동북아 구상 실현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분석팀장 sjhong@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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