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급증에 전용매장 앞다퉈 준비
“백화점 가전매장, 내년에는 ‘빌트인(붙박이)’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롯데·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빌트인 방식의 가전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내년부터 고가 수입품 중심의 빌트인 전용매장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들도 본격적인 ‘빌트인’시장 공략 계획을 밝힌 상황이어서 백화점들의 전략과 어떻게 맞딱뜨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세계 가전담당 이권섭 과장은 “한차례 실패 경험이 있는 국내 백화점들이 본격적인 빌트인 시대에 대비하고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고가의 수입가전 제품의 판로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재시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새 트렌드로 부상=빌트인 가전은 지난 2001년 유망 사업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정부가 ‘아파트 플러스 옵션제’를 도입, 빌트인 가전 제품을 분양가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 업계도 삼성플라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장을 철수했지만, 시장규모는 작년 대비 20∼30%가 성장한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총 1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에서 매년 20∼30%씩 성장할 경우, 국내 빌트인 시장은 오는 2007년경 약 1조5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부동산 양도세 부과, 플러스옵션제 도입 등으로 시장 환경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면서도 “홈네트워킹과 함께 차세대 가전시장으로 성장이 예상돼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수입 브랜드 중심=백화점들은 기존 매장이 이미 국산 브랜드 중심으로 채워져 있는 만큼 새로 단장할 빌트인 매장은 고가의 수입가전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 이사철에 맞춰 미국내 최고가 핸드메이드 가전 브랜드인 ‘서브 제로’를 들여올 예정이다. 가전용품팀 김선준 과장은 “빌트인 매장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가구 등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된다”며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고가브랜드를 론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4월 강남점에 대한 리뉴얼을 실시, 수입 주방가전을 중심으로 한 빌트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도 내년 하반기 시장 공략을 목표로 빌트인 매장을 준비중이다. 롯데백화점 가전담당 장동호 과장은 “백화점들이 ‘GE 모노그램’이라는 빌트인 제품을 도입했다가 실패했지만 향후 가전 시장 트렌드는 빌트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제조기업들은 아파트 분양 시장을, 백화점은 입주후 시장을 주타깃으로 하는 등 시장이 서로 배치돼 고객들이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