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멀티캐스팅` 주도권 다툼

하나의 케이블 방송 대역에 여러 채널 송출

 디지털 방송 기술의 발달로 하나의 케이블 방송 대역에 여러 채널을 송출하는 ‘멀티캐스팅’이 가능해지면서 이의 주도권을 놓고 방송 업계와 케이블업계가 대립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멀티캐스팅이란 방송 신호를 압축, 기존에 하나의 채널만을 송출할 수 있던 대역에 여러 개의 채널을 송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방송의 발달에 따라 가능해졌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한 방송사의 주파수 대역에 6개의 일반 채널, 혹은 하나의 고화질(HD) 채널과 2개의 일반 채널을 송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채널 5번에 5-1과 5-2 채널이 생겨 한 채널에선 기존 방송의 디지털 버전을, 다른 채널에선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같은 시간에 열리는 스포츠 게임을 모두 중계할 수도 있고 진행중인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속보를 전할 수도 있다.

 멀티캐스팅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ABC, NBC 등 주요 전국 네트워크와 지역 방송국들은 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방송업계는 자사의 멀티캐스팅 채널들을 케이블 업체가 모두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케이블 업계는 송출 여부를 케이블 업체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내년으로 예정된 이 문제에 관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케이블 업계는 늘어난 채널이 별 내용 없는 홈쇼핑 광고 방송 등으로 채워져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더하게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이 방송 송출 선택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수많은 채널이 재방송과 옛날 영화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

 반면, 방송업계는 케이블업체의 채널 의무 송출(must-carry)이 명문화되지 않으면 광고 기반의 무료 방송을 제작할 여력이 없어져 방송의 디지털화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CC는 당초 케이블업체가 지역 방송의 모든 방송을 차별 없이 송출해야 한다는 ‘의무 송출’에 찬성하는 쪽이었으나 최근 민주당측 위원들을 중심으로 입장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각 방송사가 하나의 대역에 여러 채널을 송출하게 되면 공화당 주도의 FCC가 추진하는 지역 시장의 미디어 소유 제한 완화와 맞물려 미디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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