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출범한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전개한 햇볕정책을 ‘남북화해 협력정책’으로 일관되게 펼치고 나아가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핵심 국정목표 아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모색’과 ‘한반도 평화정책’이라는 두 가지 중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남북한 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한 핵 위기, 북미간 관계 악화 등의 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어려운 국내 경제로 인해 남북교류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춤하는 듯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대북사업을 이끌어오던 한 대기업 회장의 자살은 남북 경제교류가 크게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팽배하게 했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남북 관계는 기존의 대립과 반목의 정치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로 변화를 이끌며 각처에서 제 역할을 돈독히 하고 있다. 특히 남북 IT교류는 기존의 단순 교역이나 위탁가공사업에서 한 단계 발전해 남한의 뛰어난 IT와 북한의 우수한 인력이 함께 첨단기술을 공유하고 개발하며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해서 기술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북 IT교류는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온 남북 경제교류처럼 올해도 북한의 정보통신 분야의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와 우리 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계획과 맞물려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대외 경제협력을 해왔던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를 직접 보고 북한의 경제회생을 위해서 IT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남북교류 확대 등으로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핵 문제 속에서도 개성 IT공단 착공식을 진행하고 그 외에도 경의선·동해선 연결식과 남한에서 열린 대구유니버시아드와 민족평화축전에 대규모 참가단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남북 교류 협력을 보여주었다.
남한의 경우, 올해에는 국민의 정부 이래 추진되어온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성과가 나왔다. 철도 연결, 개성공단 착공식, 육로와 해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 정례화 등 이외에도 남북이 그동안 제3국 중개인을 통해 이뤄지던 간접교역을 ‘직거래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지난 2000년 남북 당국간에 서명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해결절차, 청산결재 등 경제협력 4개 합의서를 발효시켜 남북 기업이 상대지역에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에서도 대북 IT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포항공대·한양대 등의 많은 학교가 북한 대학에서 IT분야의 기술을 교육하고 있고 기업들 또한 남북협력 사업을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북측과 함께 IT 기기 및 SW 공동개발 등의 성과를 내었고, 남북IT 합작기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하나소프트의 경우 초기 보조부문의 개발을 위탁받은 것에서 이제는 핵심업무까지 수행할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 앞으로 남한 기업의 위탁 프로젝트 수행에서 한 단계 성장해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더욱 분발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의 정부와 민간기업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아직 많다. 우선 남북한의 공동 번영발전을 통해 동북아 허브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의 IT 연구개발 인력양성을 비롯해 열악한 북한의 통신인프라를 구축해 남과 북을 연결하는 인터넷망이 열려야 한다. 또한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되어 남북한 공동의 경제적 이익과 번영을 추구할 개성공단 건설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북한의 핵 위기와 별도로 개성공단 개발을 분리해 2007년 완공예정인 개성공단 입주를 앞당기고 개성공단 통행절차 등 법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그리고 북미간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산 상품에 대한 수출 제약을 완화하고 남북 IT협력사업 확대의 길을 막고 있는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대외 장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올해 남북 교류는 복잡한 국내외 상황으로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표류하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뤄냈다.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과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꼬인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듯 남북이 현명하게 해결책을 모색하며 천천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남북교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북은 정경분리 원칙 아래 서로 신뢰를 구축하며 남북 경제교류를 진행하고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 민간기업은 처음부터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개념으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철도가 연결돼 민족의 동맥이 이어지고 개성에 IT공단이 조성된다면 한반도가 동북아 허브국가, 세계 최고의 IT강국이 될 날은 머지 않을 것이며 통일시대가 실현되는 그날 또한 결코 먼 꿈만은 아닐 것이다.
◆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nam@da-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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