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지속 마이너스 성장 예상
연말을 앞두고 중대형컴퓨터 업계에 매출 확대를 위한 비상등이 켜졌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년 되풀이해 온 연례행사이지만 올해만큼은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예년 같으면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4분기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영업 조직에 비상에 걸렸다. 이미 3분기에 미드레인지급 서버의 매출 확대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한국IBM과 한국후지쯔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버 업체들이 많게는 수십억원의 매출이 감소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안되면 되게 하라’, ‘숫자는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특명이 내려졌다. 유일한 방법은 유통사로 밀어내기. 총판이 서버를 일단 구매해주는(세일즈 인) 유통이 숫자 맞추기를 좌우하는 셈인 만큼 서버 업체들의 마지막 밀어내기 전략은 그 어느 해 말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버 업계는 특히 중대형 서버 업체들의 본격적인 밀어내기가 15일을 지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버 업체들이 내밀 ‘당근’은 우선 구매한 물량의 판매처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통사에게 억지로 떠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서버 업체들은 우선 총판에서 물량을 받아 매출을 발생토록 하고 향후 직접 판매로 확보하는 수요처에 대한 물량을 해당 총판에 배당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좀 더 강도 높은 지원책은 ‘제조원증명서’나 ‘기술지원확약서’를 통해 특정 유통 채널에게 실질적인 독점 판매권을 보장해주는 경우다. 즉 서버 유통 업체는 수요처에 제품을 납품할 때 제조원증명서를 필히 첨부해야 하는데, 서버 업체가 이 증명서를 다른 유통사에는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시장을 보장해주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의 밀어내기 관행이 시장의 판도 변화와 맞물린 올해에는 각 업체의 밀어내기가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닉스 시장에서 한국썬과 2, 3위를 다투던 한국IBM이 3분기에 1위를 차지하면서 각사의 밀어내기 정책이 위험수위로 치닫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연말로 회계연도를 마감하는 한국IBM과 달리 1분기를 시작하는 한국HP는 다소 여유 있는 연말을 보냈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보통 1∼3분기까지 각 분기별 매출이 500∼700억 수준이었던 한국IBM이 지난해 4분기에는 1000억 가까운 매출을 올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IBM이 올해 4분기에도 지난해처럼 다른 분기 대비 100%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면 올 유닉스 서버 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 한국HP 입장에서는 비장의 히든 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