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보조금’이 유럽의 휴대폰문화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인들은 우스개소리로 ‘벽돌’이라고 불리는 투박한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단말기보조금으로 유럽소비자들의 성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KOTRA 베를린무역관의 최근 조사자료에 따르면 독일 휴대폰시장이 연말에 접어들면서 컬러디스플레이와 멀티기능을 갖춘 휴대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기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일부 모델은 적기에 공급이 안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통신회사들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멀티기능 휴대폰을 2년 계약 조건하에 보조금을 지급, 거의 공짜에 가까운 1유로(약 1440원)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보조금이 고성능·멀티기능 제품에 집중되면서 교체수요도 급증해 유럽의 전통적 소비패턴 마저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무역관은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독일 핸드폰 판매규모가 당초 예상치인 1700만∼1800만개을 훨씬 웃도는 2000만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크리스마스 특수까지 겹쳐 올 연말을 계기로 독일 시장에서는 ‘벽돌’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보조금’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활황세를 구가하고 있는 독일 휴대폰 경기는 경제전반의 경기부양에도 일조하고 있다. 특히 독일통신업계는 이번 붐으로 내년도 모바일인터넷 매출액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친슨텔레콤, 보다폰을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은 이번 붐이 보조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멀티기능 휴대폰 사용자들의 저변을 상당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6300만명의 핸드폰 사용자 중 300만명 정도만이 부가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말기보조금’에 힘입어 한번 불붙은 독일 핸드폰시장의 고급화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미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부족 현상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유럽시장 공략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단말기제조업체들은 안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수입되는 휴대폰의 경우 부품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AS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베를린무역관의 정보 보고는 ‘변화하는 유럽 휴대폰시장’에서 실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다가온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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