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뉴 라이프` 맞춤 가전

　최근 한 유통회사의 조사 결과,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은 웰빙(well being)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올해였지만 여전히 ‘잘먹고 잘사는 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크고 구체적이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유난히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네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웰빙족은 이미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고 웰빙 관련 상품에 이어 웰빙족을 위한 창업교실까지 열리는 것을 보면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웰빙은 상당히 중요한 화두가 됐다.

　웰빙은 올해 가전시장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판매량을 보더라도 텔레비전, 냉장고 등 일반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으나 웰빙 가전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매출 결과를 보였다. 소비자들은 목돈이 들어가는 가전제품 일수록 자신의 삶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웰빙 가전은 공기청정기.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킨 거실에서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웰빙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올려질만큼 공기청정기는 웰빙 열풍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성장세를 보인 공기청정기는 저마다의 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집안의 공기가 실외보다 많게는 5배나 오염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아토피, 알레르기 등 각종 피부염이 증가하면서 맑은 공기야말로 웰빙의 기본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일렉트로룩스에서는 집안 공기를 맑게 하고 가정 환경을 건강하게 하자는 취지로 고성능 필터를 장착한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스팀청소기, 드럼세탁기 등을 새로이 선보이면서 ‘헬씨 홈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맑은 공기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기본이라는 것이 이 캠페인의 기본 취지다.

　가전시장은 각사 제품간 기술력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웰빙족을 겨냥한 부가 기능을 부각시키려는 홍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음이온 발생기능은 공기청정기, 가습기, 에어컨 등에는 이제 기본으로 장착되고 냉장고, 비데에 이어 최근에는 작동중에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텔레비전까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은 살균 효과를 가미한 세탁기, 청소할 때 흡입하는 먼지를 99.96%까지 걸러내어 공기청정 기능을 해주는 진공청소기까지 웰빙 가전제품은 점차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올해 빌트인의 국내 시장 규모가 6000억원, 내년에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방침에 따라 아파트 공급이 플러스 옵션제로 전환되면 빌트인 가전 시장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서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반유통 시장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며 고가이면서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웰빙 가전제품은 내년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보보스족, 올해는 웰빙족, 내년에는 귀차니스트(만사를 귀찮아하는 신세대들의 사고 방식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뜨면서 자동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해 주는 로봇청소기 등의 지능형 웰빙 제품이 뜨거운 관심을 받지 않을까. 새롭게 부상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전업계의 개발경쟁이 어떻게 점화될지 필자도 상당히 궁금하다.

　◆ 박갑정 일렉트로룩스 사장 kj.park@electro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