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국경제를 돌이켜보면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해였다는 것에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휴대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휴대폰 내수시장은 성장보다 시장 위축을 가져오는 환경이 지배적인 한 해였다. 그 결과 올해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지난해 1564만대에 비해 160만대가 줄어든 약 14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인 것 같다. 즉, 카메라폰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시장포화, 보조금 규제에 따른 고가의 휴대폰 가격, 2003년 일년 내내 위축되었던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공급차질까지 겹쳐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요회복세가 두드러져 시장회복의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2004년 내수시장은 올해보다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따른 특수성으로 2003년보다 100만대에서 250만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에 따라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용 휴대폰 특판이 어느 정도나 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줄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제도 외에도 기업간 경쟁심화에 따른 다양한 제품출시, 빠른 제품 진화에 따른 기존 사용자들의 교체 니즈(needs) 증대,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SK글로벌 사태 등)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이 확실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카메라폰은 성능, 즉 화소수가 30만화소대에서 130만화소대로 이미 진화하여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2004년에는 100만화소대에서 200만화소대는 물론 장기적으로 500만화소대까지 발전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카메라폰이 인기몰이를 계속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캠코더 기능을 가진 휴대폰도 서서히 카메라폰과 같이 휴대폰 시장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04년 휴대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카메라폰의 월별판매량이 80%까지 확대되고 카메라 기능이 CDMA2000- 1x, 컬러디스플레이에 이어 기본 사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메가픽셀(100만화소급 이상의 화소수를 가리킴)카메라폰의 등장으로 고화소화 경쟁이 절정에 달하는 등 카메라폰 시장의 경쟁 축이 기존의 고화소화 제품 선 출시에서 카메라 기능의 고도화, 카메라 기반의 부가기능 추구, 디자인 차별화 등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포토숍 등 사진편집, 블루투스 등을 이용한 PC, 길거리 사진출력기로의 무선 사진전송 기능, 문자인식을 통한 명함 자동입력, 바코드 리딩을 통한 인터넷 접속 등 카메라에 기반한 새로운 부가기능 도입으로 제품을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업체간 치열해질 것이다.
아무튼 2004년을 예측해보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경우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 따른 기회 마케팅을 최대로 활용하고,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카메라 기능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 돌풍을 지속시키고자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비자들이 번호이동성 제도를 얼마만큼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시장수요를 예측해 보면 2003년보다 약 250만대가 증가된 1650만대로 최근 5년동안(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그 동안 본지 연재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했던 것처럼 고객 만족을 위해 얼마만큼 기업의 총체적인 역량을 집중하느냐가 기업성패의 척도가 될 것이며, 그 척도의 중심이 ‘스피드’에 있다고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휴대폰 선진시장인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휴대폰기업의 가장 큰 장점인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 ‘스피드’를 얼마만큼 제고하느냐 못하느냐에 내수시장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이성규 팬택 대표이사 사장 sklee@pan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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