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동양시스템즈가 특화해 온 금융 부문에 보다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은행· 보험·증권 등 금융 전 분야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금융 SI 전문업체가 될 것입니다”
IT 업계가 불황의 끝을 모르고 침체된 상황에서 그 한파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지만 이 회사 구자홍(54) 사장의 위기 탈출 해결책은 짧고도 단호했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 IT 솔루션 업체인 마이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구 사장은 “동양시스템즈 정도의 중견업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있는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구 사장 특유의 추진력과 강한 자신감이 짙게 배어나는 대목이다.
지난 4월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 취임 당시에 이익이 나고 있는 회사를 맡기는 처음이라며 이색적인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던 구 사장. 그는 ‘부실기업을 살리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73년 행정고시(13회)를 통해 경제기획원에 입문한 구 사장은 87년 동부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 구 사장은 신선한 감각과 탁월한 아이디어로 동부화재·동부화학·동양카드·동양생명 등 수많은 기업을 회생의 길로 반전시켰다.
구 사장이 동양생명 CEO 시절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수호천사’라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단행하자 대형 보험사 CEO들이 아이디어와 자문를 얻기 위해 앞다퉈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숨기고 싶지 않은 자랑거리다.
구 사장과 대화를 나눠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구 사장은 다양한 화제거리와 거침없는 말투로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특유의 친화력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 주파수 경영론은 구 사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라디오를 들을 때 주파수를 잘 맞추지 못하면 잡음이 많아 안 들린다는 점에 착안해 일단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줄 것을 촉구하는 게 골자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식의 의사결정과 집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은 CEO가 진다는 게 구 사장의 철학이다.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고 있느냐는 질문에 구 사장은 “제로베이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화려한 외형적 성장보다는 알토란같은 내실을 높이겠다는 뜻이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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