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금융권, 이해관계 달라 불협화음
이동전화사업자와 금융권이 휴대폰으로 예금이체, 지로납부, 카드결제 등을 대신하는 모바일 뱅킹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으나 IC칩 발행권리, 수수료 산정, 이익 및 비용 분배 등 세부 실행계획에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통사들과 금융권 모두, 모바일 뱅킹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양자간 이해와 시각이 달라 실직적인 윈윈협력 도출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의 ‘뱅크온’서비스의 성공을 계기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F가 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농협 등 금융권과 광범위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나 복합금융 서비스 제공과 수수료 산정, 비용 분배를 놓고 이견이 생겨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SK텔레콤은 당초 작년부터 국민은행과 모바일 뱅킹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면서 기존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인 모네타와 연계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국민은행은 독자적으로 IC칩 카드를 발행하는 한편, 이용자 확대를 위해 통화료 및 데이터 이용료 등을 없애는 등 비용부담을 SK측에 전가하면서 이 협상이 결렬됐다.
SK텔레콤은 주 협상 대상자를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으로 바꾸고 모네타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나 단독 계약을 원하는 은행권들의 이해가 엇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 M파이낸스팀 관계자는 “경쟁사와 제휴한 2개 은행을 빼고 나머지 은행권들과 모네타와 연계한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협상중”이라면서 “통화료 및 데이터료 감면, 수수료 산정 등에서 이견이 많지만 이를 조정해 이달중으로 수개의 은행권과 본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우리은행·농협 등과 협상중인 KTF 역시, 최근 BC카드와 함께 시작한 K머스 IC칩카드 사업을 은행권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그러나 은행권들이 각기 다른 IC칩 카드를 사용하는데다 경쟁 금융사들과는 한 단말기에서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협상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KTF 관계자는 “소비자의 편익을 생각한다면 한 단말기에서 여러 은행업무를 보면서 카드결제도 돼야한다”면서 “그러나 향후 주도권 등을 생각하는 은행권, 카드사간의 이견이 많아 통합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뱅크온’서비스로 순증가입자를 크게 늘린 LG텔레콤에 대응하면서 내년도 번호이동성제도에 따른 고객유지를 위한 복합서비스제공 등을 고려한다면 불리한 조건에도 모바일 뱅킹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로 수익성이 남지 않더라도 경쟁사의 확대를 막고 향후 컨버전스 시장을 고려한다면 금융권과의 협력은 필수불가결”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