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선보였던 MP3플레이어들이 조잡한 디자인과 불편한 인터페이스 등으로 MP3플레이어의 참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면 요즈음의 MP3플레이어는 이미 전통적인 MP3플레이어의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FM라디오 같은 기본적인 오디오기기로서의 기능은 기본. MP3플레이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WMA, ASF 같은 멀티코덱을 문제없이 재생하고, 화려한 3D음향효과로 CD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는 MP3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 여기에 텍스트를 표시할 수 있어 가사를 보면서 음악을 듣거나, 이를 이용해서 외국어 학습을 받을 수도 있다.
◇MP3 용량의 변화=이런 기능적인 변화와 더불어 MP3플레이어의 용량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MP3플레이어인 메모리타입의 경우 이제 아무리 적은 용량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이 128MB정도. 메모리타입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주력제품이 어느덧 256MB에서 512MB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이는 256MB 정도면 128Kbps의 음질로 약 4시간 정도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물리적인 차이는 물론, 최근에는 MP3의 압축률을 조절한 192Kbps나 320Kbps급의 보다 고음질 MP3 파일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메모리형의 대안으로 생각되던 MP3 CDP 역시 근본적으로는 용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CD라는 풍부한 콘텐츠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기는 하지만, 역시 700MB라는 용량의 한계와 휴대용으로는 부담스러운 크기 때문에 요즈음은 차량용에 한정 지워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메모리를 쓰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는 1GB나 1.5GB 정도의 넉넉한 용량에 작은 크기를 자랑하는 플래시메모리타입이나 마이크로 드라이브를 쓰는 제품들이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제품은 지금의 소형 MP3플레이어와는 차별화된 용량을 자랑하면서도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렇다면 고음질로 녹음된 MP3 음악파일 수천 곡을 담아서 마음대로 듣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하드디스크(HDD)를 내장한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를 장만하면 된다. 플래시메모리 대신 하드디스크로 바꾸면 용량을 무려 40GB까지 늘릴 수 있다. 지금의 메가바이트에서 기가바이트로 차원을 달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노트북에나 쓰이던 하드디스크가 MP3과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플래시 메모리보다 MB당 가격이 싸고, 확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플래시메모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메모리타입은 가격압박이 심한 상태다. 게다가 하드디스크 역시 데스크톱PC에 쓰이는 3.5인치나 노트북용 2.5인치가 아닌 미니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1.8인치 제품이 큰 용량으로 선보인 것도 한몫했다. 무게가 160g 정도이니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넉넉한 용량을 빨리 주고받기 위해 USB 2.0이나 IEEE1394 같은 빠른 인터페이스를 쓰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하드디스크형 MP3 부각=하드디스크 MP3 플레이어 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 MP3 제조사인 디지털웨이, 거원시스템, 삼성전자, 다이오니어, 이트로닉스 등이 이미 제품을 출시했거나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용량은 무척 크지만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의 대부분은 아직은 부담스러운 값이라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40만∼50만원대의 값은 MP3플레이어가 휴대용 음향기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전력소비량이 많다는 문제는 고쳐져야 할 것이다. 40∼50시간씩 쓸 수 있는 일본산 MD(Mini Disc)까지 발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하드디스크라는 대용량 장치를 쓰고 있기에 LCD를 갖추고 정지영상은 물론 동영상까지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총평=컴퓨터 기기가 아닌 음향기기에서 1∼2등을 구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번 평가결과 좋은 점수를 얻은 제품을 꼽는다면 아이리버 IHP-120을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우선 토종회사답게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MP3CDP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의 MP3플레이어를 만들어온 회사다운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크리에이티브가 만들고 제이씨현에서 판매하는 노매드 쥬크박스 Zen NX는 마치 사운드 블라스터를 가지고 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무엇보다 MP3플레이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수준급의 음질과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여기에 사운드카드에서나 볼 수 있던 다양한 음장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실험에 참가한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부가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크기가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 리모컨이 없다는 것도 쓰기 편함을 추구하는 MP3플레이어의 기본 덕목에는 무척 모자란다.
두고테크에서 취급하는 애플 슈퍼슬림 아이포드는 단순한 MP3플레이어 이상의 기능을 담고 있다. 기본으로 담겨 있는 다양한 기능도 그렇지만, 슬롯을 이용하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거나, 음성녹음을 쓸 수 있는 마이크 등도 있다. 넉넉한 LCD창으로 텍스트 리더, 게임, 일정관리, 주소록 등 잔잔한 부가기능도 장점. 다만 조금은 어색한 인터페이스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상대적으로 비싼 값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분석=컴퓨터닷코리아 김영로 팀장 tester@computer.co.kr 정리 =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 전송속도와 재생프로그램 비교
실험에 참가한 제품들은 한결같이 속도 빠른 USB 2.0 또는 IEEE1394방식을 쓴다. 이론적으로는 최대 480MB/s의 USB 2.0이 최대 400MB/s의 IEEE1394보다 빠를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약 128MB나 256MB 정도의 용량이라면 전송속도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불과 몇 초의 시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량이 기가바이트급의 하드디스크를 쓰는 하드디스크 MP3플레이어의 경우 전송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더군다나 하드디스크의 특성에 맞게 MP3플레이어는 물론 외장형 하드디스크로도 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송속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161개의 폴더와 2625개의 MP3파일은 모두 10.0GB의 용량이다. 전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명령버튼을 누르고 완료될 때까지의 시간을 체크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전송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참고로 실험을 진행한 컴퓨터는 애슬론XP 2700+/DDR400 512MB/ASUS nForce2/ATi 9000/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7 120GB/한글 윈도우즈XP 등 막강한 사양이다.
전송속도를 비교해보면 일단 USB 2.0방식의 제품들이 좀더 우세하다. 아이리버 제품이 보다 빠른 전송속도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리버 제품의 경우 따로 전송프로그램이 없다. 즉, 탐색기에서 기본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인식하기에 따로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다. 이런 간략함은 아무래도 전송속도에는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대신 간편함도 좋지만 지나치게 단순해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프로그램을 통한 하드웨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일한 차이는 데이터베이스(DB)를 업데이트하는 정도인데 이를 이용하면 재생하거나 관리할 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써먹을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노매드의 경우 전용 매니저 프로그램이 상당히 화려하고 복잡한 편이다. 크레에이티브의 사운드카드 관리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데 기본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다. 대신 프로그램이 복잡하기에 그만큼 상대적으로 속도는 느린 편이다. 반대로 쓰기는 매우 편리하다.
애플 아이포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하가 덜한 IEEE1394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송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이는 인터페이스의 문제가 아닌 전송프로그램의 문제로 생각된다. 다른 제품과는 달리 뮤직매치 주크박스를 이용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폴더와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면 약간 멈추었다가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워낙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전용 매니저 프로그램보다 기능은 많지만 속도는 느린 편이다.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애플, 'LLM 시리' 선보인다… “이르면 2026년 출시 예정”
-
7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8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9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10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