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LGT 공조…SKT "공정경쟁 아쉬워"
사진; 남용 LG텔레콤사장(오른쪽)과 남중수 KTF사장이 지난 9월 무선인터넷 표준화 협력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LG텔레콤의 약정 할인제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통신위원회에 제소했을 때 이동통신업계의 관심은 KTF의 행보였다.
LG텔레콤의 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인 KTF가 SK텔레콤에 동조할 것인 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KTF로선 약정 할인제에 불만이 없을 리 만무했고, 실제로 SK텔레콤의 제소 이전에도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KTF 남중수 사장은 심사숙고 끝에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바르게 잡으려면 후발사업자들만이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판단, 일부 반대 목소리를 잠재웠다는 후문이다.
이동전화 2, 3위 사업자 KTF와 LG텔레콤의 두드러진 친화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SK텔레콤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내년도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을 앞두고 KTF·LG텔레콤의 공조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양사는 근래 들어 기술·인프라·마케팅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제휴·협력에 힘을 실으면서 ‘반SK텔레콤’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시차제는 KTF와 LG텔레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나 분열이 오히려 더 큰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2개 후발사업자들을 묶어준 것이다. SK텔레콤 가입자를 빼앗아올 기회가 1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인식도 한몫을 했다.
KTF와 LG텔레콤은 기지국을 공동 사용하는 로밍 대상지역을 지금까지 전국 699개에서 300곳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기지국 로밍이란 가입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통화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기지국 취약지역에서 상대방 기지국을 공유하는 것. 사업자에게는 투자비 절감효과를 가져다 준다.
양사 관계자는 “시골 읍면단위 지역에 기지국을 공유함으로써 SK텔레콤의 셀룰러보다 나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기지국 로밍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지난 9월에 모바일지불결제·무선인터넷 등 이동전화사업의 신규 수익사업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았다. KTF와 LG텔레콤은 휴대폰 지불결제 단말기를 공동 구축하고 마케팅도 함께 펼치기로 하고, 공식 제휴를 맺었다.
지난 1년간 SK텔레콤과 공조해왔던 LG텔레콤으로선 후발사업자끼리 힘을 합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현재 진행중인 뱅크온·K머스 등 모바일 지불결제서비스에 공통 기술규격(IrFM v1.0)을 채택키로 하고, 공동 개발을 진행중이다. 오는 2005년까지는 가맹점 단말기 30만대를 각자 비용분담을 통해 보급키로 했다.
비슷한 시기, 양사는 자체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위피 규격)도 함께 사용키로 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콘텐츠·단말기 개발역량을 극대화하고, 두 회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국제 표준 규격에 맞춘 차세대 무선인터넷 플랫폼도 공동 개발할 예정이며,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기술도 포괄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KTF·LG텔레콤의 이같은 제휴협력은 이동전화시장 판도변화의 분수령이 될 내년초 번호이동성 시차제 시행을 앞두고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달 KTF 남중수 사장과 LG텔레콤 남용 사장이 전격 회동을 갖고, 마케팅·광고·정책대응 등 모든 측면에서 힘을 모으기로 한 것도 ‘뭉쳐야 산다’는 공통된 인식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모든 사업자간 선의의 경쟁이 의미가 있을뿐, 후발사업자 뭉치기가 되레 현 시장갈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생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두 후발사업자의 공조는 지금 당장 위기감이 촉발시킨 일시적 현상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나마 유지된 공정경쟁의 룰이 무너지고 최근에는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